「아파트」 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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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파트」 업자들이 당초에 선보인 「모델·하우스」나 선전과는 달리 값싼 자재를 사용, 날림 공사를 하고 있음이 드러나 입주자들의 항의사태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건축업자들이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비싼 분양가를 받으면서 자재의 질을 낮추고 평수를 속여왔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다만 많은 입주자들이 그동안 분양가책정의 합리성이나 주거조건을 따지기보다 「아파트」경기에 따른 「프리미엄」을 노리고 무작정 입주하는 경향이 많아 웬만한 시공상의 하자는 표면화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속임수 시공으로 지은 「아파트」가 요행히 어느 기간 중에 흠이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는 그 공정상의 헛점이 현재화할 것은 틀림없다.
이렇게 볼 때 최근 말썽이 되고 있는 서울의 신반포「아파트」 뿐만 아니라 나머지 「아파트」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문제성이 잠재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주택공급의 양적 확대가 아무리 시급하다 해도 안전을 도외시한 날림공사나 생활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충족되지 않는 조잡한 주택의 양산은 그대로 방임할 수 없다.
건축물의 시공이 건실하지 못하면 건물의 각 부분에 균열·파손이 쉽게 생겨 인명사고의 위험성은 물론 그 보수에 막대한 낭비가 따른다.
이는 와우「아파트」 도괴사건이나 많은 예산을 들여 지은 시민 「아파트」들이 연중 끊임없는 보수공사로 자원이 헛되이 쓰이고 있는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견지에서 최근 「아파트」업자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날림공사나 속임수분양은 악질적인 범죄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건설업이란 시설물을 완성하여 공공편익에 제공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것이다. 때문에 시설물을 설계대로 짓되 품질 좋고 싸게, 그리고 필요한데 까지 완성하여 수요자에게 인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아파트」 거주자와 건설업자의 관계는 민법상의 매매, 또는 임대차계약의 당사자와 같은 관계다.
따라서 「아파트」 업자는 확실한 시공과 신뢰성 있는 품질보장의 의무를 완수하는데 최선의 성의를 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우기 이 같은 거래행위에서 견본(모델·하우스)과 다른 상품을 납품한다거나 규격 및 자재의 질을 속이는 행위는 민법상의 배상문제 이전에 사기행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야 당연하다.
이와 함께 이들을 감독해야 할 행정당국자의 책임도 크다.
건축법은 건축허가조건의 이행 여부를 감독하기 위해 준공검사 외에도 2차례에 걸친 중간검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사는 건축허가 당시의 추정조건이 현장과 일치하는가의 여부는 물론 제출된 시방서대로 각종 공정상의 소요자재가 사용되는지, 어떤지를 철저히 감독할 책임을 진다.
그런데도 부실투성이의 「아파트」가 공공연히 준공검사를 받아 분기되고 있다면 감리소홀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반포 「아파트」 사건을 계기로 업자와 행정당국의 책임소재가 분명히 밝혀짐으로써 「아파트」의 날림공사와 속임수분양이 근절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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