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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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오는 9월부터 두달 동안 범국민 저축 생활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최근 급격히 높아가는 소비 「무드」를 생각할 때 저축의 생활화 운동은 뒤늦은 감조차 있다.
저축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저축은 물가 안정과 경제 개발의 바탕인 것이다.
부존 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에선 고성장·고소비의 경제 「패턴」이 지속 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생활 풍조는 대량 생산·대량 소비로 치닫고 있다.
소득이 좀 향상된다고해서 이토록 소비가 앞서 높아지면 경제 성장은 곧 실속하고 말 것이다. 축적된 자본이 없는 바탕에서 급속한 경제 개발을 추진하려면 저축이 높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중화학 공업을 본격적으로 건설해야하는 현 단계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최근 우리 나라의 GNP에 점하는 소비 지출의 비중은 75%선이나 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높은 소비 수준이 근자 계속해서 더 높아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본이 중화학 공업을 본격적으로 건설한 60년대 후반기의 소비율은 65%였고, 최근엔 이것이 60%선으로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 고도 성장이 높은 개인 저축율에 힘입었음을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높은 저축율은 곧 국민의 근검·절약 정신의 상징이다. 이러한 근검·절약 없인 경제 개발이 있을 수 없다. 서독도 66, 67년께 소비 「무드」가 높아져 경제 성장이 둔화된 적이 있었다. 이때에 제정된 것이 경제 성장 촉진 및 안정법인데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물가 안정과 저축 「무드」 조성에 범국민적인 노력을 경주하여 성장 추진력을 회복한바 있다.
현재 우리 나라야 말로 근면·절약을 생활화하여 저축을 서둘러 높여야 할 때다.
최근의 소비 「무드」는 우리 형편으로 보아 어느 부문에서나 너무 과분하다.
소득 향상에 따른 정상적인 소비 증가의 정도를 넘어 「인플레」 속의 환물 투기와 전시 효과 등이 가세된 이상 과열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소비 풍조의 정상화를 위해선 널리 만연된 「인플레」 기대 이익의 해소가 근본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이는 곧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노력을 강화하고 이것이 국민으로부터 널리 신뢰를 받아야 함을 뜻한다.
이제까지 정부에서 저축 운동을 꾸준히 벌여 왔지만 그것이 범국민적 호응을 못 얻은 이유는 안정 노력에 대한 정책 지속성의 부족에 가장 큰 원인이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 성장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외롭고 고통스러운 안정화 노력을 쉽게 포기한다는 것을 현명한 국민들이 알아버렸기 때문에 저축보다는 소비쪽으로 기우는 것이다. 또 부동산 투기차액 등 투기 이익의 횡행은 근면·절약하려는 의욕을 말살시킨다.
저축 생활화 운동은 정부가 물가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 이를 정말 실천할 것이란 인식을 모든 국민에게 줄 때 비로소 실효를 얻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안에서부터 전시적 실직주의·비능률·낭비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박 대통령이 내각에 내린 최근 지시는 이런 의미에서 깊이 경청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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