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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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정은 아직도 전근대적 생각 속에서 움직이고 대학은 갖가지 제약 속에서 대학생으로서의 사명감을 뚜렷이 할 여건을 못 주고, 그리고 사회는 남녀차별의 굳은 풍토 그리하여 오늘의 여대생은 이런 몇 겹의 어려움에 갈등하고 있다. 』 방학중인 지난 11일·12일, 이대에서는 제8회 학생「세미나」룰 열고『우리는 왜·만족하지 못하나』라는 주제로 학생들의 불만을 털어놓는 모임을 가졌다.
이대 학생회주최로 교수·학생 , 2백명 가까이 참석한 이번 학생「세미나」에서는『여성으로서의 문제』(교육학과 4년 김영연 양과 최화영양 발표)와『대학생활의 불만』(불문과4년 조희영 양 발표)등 주제발표에 이어 학생들의 분과토의가 이틀간 계속되어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세미나」에서 폭넓게 제기된 문제는 대개 가정과사회 대학에서 학생의 입장에서, 그리고「여성」이라는 입장에서 현재 겪고있는 어려움 들이다.
『가족제도는 지금 핵가족으로 변하고 있는데 의식은 여전하다』고 오늘의 가정을 지적한 최화영 양은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대생들은 가정에서부터 커다란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는 인격체로서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남편과 자녀를 위해 자아를 포기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더우기 부모로부터도 이런 가치관의 간섭과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여대생들이「자아상실」의 위험에 이르고 있다고 최양은 지적한다.『여성의 취업율은 자꾸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 한국에서의 직장여성 차별대우는 심각하다』 사회의 특히 직장에서의 남 여 차별은 대학에서 앞으로「교육투자의 사회봉사」로 직장을 택하려는 여성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두려움을 주고있다고 학생들은 걱정한다. 최양은『우리는 이 모순된 사회구조에 과감하게 투쟁해야 한다』고 말해 사회에 대한 대학생의 끊임없는 관심을 강조했다.『여대생이 전 여성의1·2%밖에 안될 정도로 극소수의 교육기회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뚜렷한 사명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가?』등 여대생 자신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사회에 대한봉사의 의무감을 느끼고 학문에 대한, 특히 진정한 남녀 평등의 실현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배움의 자세」를 가다듬어야한다는 반성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풍토가 대학의 제도적인 문제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됐다. 조희영 양은 현재 대학에 오는 층이 비교적 유복한 환경의 여성들이 많아 성취동기가 미약하고 기혼녀의 입학 뷸허, 휴학연도 제한 등이 「학문하는 태도」, 대학생으로서의 자세를 자칫 흐트러지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에서는 이들 학생들의 의견을『교수협의회에서 논의, 해결방법을 구체적으로 찾겠다』(학생처장 최윤애 교수)고 적극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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