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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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30여년전에 「트루먼」이 상원의원 초년병이었을 때, 「캘린더」의 개정을 제안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착상으로 끝났다. 「캘린더」를 바꾸려면 「그레고리」법황이나 「줄리어스· 시저」만한 인물이 있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지 얼마 후에 「유엔」경제사회위원회도 새 「캘린더」를 구상하고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의견을 물어온 적이 있다.
이 『세계 「캘린더」에서는 1월l일은 늘 일요일로 하고, 한 달은 모두 26일의 「위크·데이」와 4일의 일요일을 갖는 것으로 돼있었다.
그밖에 1년의 4반기의 첫 달인 1월, 4월, 7월, 10월은 31일씩, 나머지 달들은 모두 30일씩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언제나 12월30일 다음의 3백65일째 날을 「세계의 날」로 정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가계를 꾸미기도 쉽고, 학교에서 수업일수 따지기도 쉽고, 연휴를 미리 짜내기도 쉽다.
물론 4년만에 한번씩 돌아오는 윤년은 여전하지만, 이 해에는 6월30일 다음날을 따로 공휴로 삼도록 한게 다르다.
이런 「캘린더」를 따르면 1년이 정확히 자로 재듯이 지나간다. 가장 완벽한 「캘린더」가 되는 것이다.
「프랑스」혁명 때에는 1주를 10일간으로 하고, 한달을 3주로 만든 적이 있다.
한편 「러시아」에서도 혁명 후 1주일을 5일간으로 삼는 혁명 「캘린더」가 생겨난 일도 있었다. 물론 모두 오래가지 않았다. 너무나도 불합리했던 것이다.
「유엔」경제사회위원회에 제안했던 세계 「캘린더」는 총회에 상정되기도 전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새 「캘린더」의 흠은 너무나도 합리적이란데 있었다. 시계 바늘이 알려주는 시간의 흐름은 고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은 전혀 고르지가 않다. 따라서 「캘린더」가 좀 틀린다고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계절의 뒤바뀜은 더욱 고르지가 않다. 여름이 빨리 지나갈 때도 있고, 늦게까지 머무적거릴 때도 있다. 『세계의 「캘린더」에는 이래서 계절감을 전혀 담을 수 없는게 결점이었다.
오늘은 말복. 여름의 종막을 알리는 날이다. 예년 같으면 이미 10일 전에 있어야 했다. 그게 늦은 것은 올해는 월복이 끼어있기 때문이다.
음력 「캘린더」의 매력은 이래서 잊지 못하게 된다. 아무리 불합리하다해도 계절의 뒤바뀜에는 가장 민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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