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기쁨의 그날이 다시 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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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크나큰 무덤 속에서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릴 것이며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 나고
기뻐서 죽어도 오히려 무슨 한이 있을 것인가,
하고 외친 한 시인의 피의 말처럼
그날을 기다려야만 했던 우리 겨레는
절망과 희망의 참 뜻을 안다.
구사오년 팔월십오일.
아아, 그날이 왔다.
정말 그날이 왔다.
일제의 총칼이 물러나고
죽음의 쇠사슬이 박살나 풀리던 그날
선열은 지하에서
산 이는 지상에서
초목도 더불어
외친 기쁨의 함성은
큰 불기둥 되어 하늘로 솟고
큰 파도 되어 바다를 출렁였다.
그날의 그 기쁨을
우리는 증언해야한다.
농부도 장수도 목수도
관리도 군인도 학자도 예술가도
모두 그날의 기쁨을
자손 만대에 증언해야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증언해야한다.
죽음이 삶으로
절망이 희망으로 바뀐
그 날의 기쁨을.
부활은 바로 현실.
죽음을 이긴 겨레는
진리 편에 선다.
가난을 딛고 선 겨레는
평화와 더불어 산다.
수모를 견뎌낸 겨레는
사랑 속에 산다.
어둠에서 벗어난 겨레는
빛 속에서 산다. 【성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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