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나큰 무덤 속에서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릴 것이며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 나고
기뻐서 죽어도 오히려 무슨 한이 있을 것인가,
하고 외친 한 시인의 피의 말처럼
그날을 기다려야만 했던 우리 겨레는
절망과 희망의 참 뜻을 안다.
구사오년 팔월십오일.
아아, 그날이 왔다.
정말 그날이 왔다.
일제의 총칼이 물러나고
죽음의 쇠사슬이 박살나 풀리던 그날
선열은 지하에서
산 이는 지상에서
초목도 더불어
외친 기쁨의 함성은
큰 불기둥 되어 하늘로 솟고
큰 파도 되어 바다를 출렁였다.
그날의 그 기쁨을
우리는 증언해야한다.
농부도 장수도 목수도
관리도 군인도 학자도 예술가도
모두 그날의 기쁨을
자손 만대에 증언해야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증언해야한다.
죽음이 삶으로
절망이 희망으로 바뀐
그 날의 기쁨을.
부활은 바로 현실.
죽음을 이긴 겨레는
진리 편에 선다.
가난을 딛고 선 겨레는
평화와 더불어 산다.
수모를 견뎌낸 겨레는
사랑 속에 산다.
어둠에서 벗어난 겨레는
빛 속에서 산다. 【성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