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많이하는 미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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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역 미하원의원 50여명이 금년 11월 선거에서 재출마를 포기했다. 정계를 떠나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다. 몇몇 사람을 빼놓고는 대부분이 40대로서 한창 일할 나이들이며, 또 출마만하면 대부분 재선이 문제없는 사람들이다.
정계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원생활이 너무 고되고 사생활이 없다는 불평으로 집약된다.
미국의회에는 회기라는게 따로 없다. 여름휴가와「크리스머스」휴가 때 2∼3주씩의 휴회기간이 있을 뿐 사시사철 쉬는 법이 없다.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의회에선 의원 1명이 보통 4∼5개의 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어떤 때는 상오 9시에 시작된 회의가 하오 10시가 넘도록 계속되어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상임위사무실로 종종걸음을 친다.
게다가「워터게이트」사건이후 미국언론은 상당히 공격적이며 폭로를 좋아해 의원들이 얼렁뚱땅 놀다가는 큰코다친다.
특히 박동선사건의 여파로 의원들이 무슨 선물을 받았는가, 술 한잔 대접받은 것도 모두 들춰 내지고 있다.
결국 언론의「감시」를 받아가면서까지 격무에 시달리는 월급 4천8백「달러」(2백40만원)짜리 하원의원자리가 매력을 잃고있는 것이다.
3개월간의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한국국회는 임시 국회나 무슨 상임위원회를 소집해야한다, 못한다로 농성까지 벌이며 설전을 한다.
때로는 소집한 뒤 회기를 1주일로 하느냐, 3일간으로 하느냐로 논쟁이 붙는다. 3일간의 회의소집을 위해 소집여부의 논쟁자체가 1주일이상「뉴스」로 취급되고 있음은 슬픈 일이다.
남들은 쉴새없이 일을 하고도 모자라하는데 기나긴 휴회기간 중 외유를 즐기는 한국국회의원들에겐 여전히 일을 할 것인가 아닌가가 쟁점이 된다면 그들은 외국나들이에서 과연 무엇을 배우고 다니는지가 궁금하다. <김건진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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