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단에도「상업성」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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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년도 상반기「프랑스」출판계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이른바 상업성 짙은 서적과 순수문학의 구별에 혼란을 빚어 시비가 일고있다.
「바캉스」기간임에도「출판의 대홍수」는 계속. 오는 12월까지 지속되리라는 청신호지만 「재미로 읽히는 유사문예물」과 문학작품의 공존여지로 뒤죽박죽시대에 돌입하면서 문제가 일고있다.
「아랭·보스케」(문학평론가)는 최근『아무리 현대가 오해와 혼동의 시대라 할지라도 너무나 많은 유사작가들이 문학성을 내세워 돈을 번다는 것은 파기해야한다』고 주장, 진정한 문학과 유사문학을 엄격히 가리자는 운동을 제의했다.
「프랑스」문단의 유사문학의 상업성은 한국문학의 상업화 현상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한국의 경우 일부 70년대 작가들의 작품이 순수문학과 다소거리가 있다하여 상업성의 시비가 붙었지만「프랑스」의 경우는 문학 외적인 저술가들이 문학 아닌 저서를「찬란한 문학」또는「문학적 성공」등으로 선전하는데 이의가 제기된 것이다.
「안데스」산맥 속에서 항공기가 추락, 생존자들이 사자의 시체를 파먹고 구출된 극적인 사건이 하나의 문학으로 칭송 받고「솔제니친」이후의 소련 망명객들이 소련강제수용소 속의 참담한 생활기록을 써서 대작으로 찬사를 받는다.
또 여성운동가들이 가정에서 학대받는 주부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한 기록물이나 동성애 찬미 자들이「호모·섹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섹스」물도 문학운운을 거론한다.
또한 일부 철학자들이 고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위안 내지는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인생론적「에세이」도 물론 문학적인 요소들을 강조하고있다.
허황된 .우주 공상 내지는 과학 물이나 007 내지는 인간살육을 정당화하는 추리 물도 문학을 표방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같은『유사문학은 문학이 아니다』고 못박기는 너무나 모호하며 또한 지성적이고 인간성을 고양하는 책들만 읽으라고 독자에게 압력을·넣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문학작품도 역시 똑같은 책이다. 그러나 유사문학과는 차이가 있다.「보스케」에 따르면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이유로써 한번 읽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이나 일생을 두고 되풀이 읽고 끊임없는 환희를 인간에게 주며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 문학서적이다.
그러나 문학과 비문학의 혼란은 문학자체에도 책임이 있다. 문학 스스로가 인간에게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여하간 이 시비로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지만 유행가적 문학이 혼동의 책임을 져야하며 결국 상업성을 저의에 깐 서적은 생명이 없는 한강의 휴지에 불과함을 밝혀주는 논쟁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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