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노믹·애니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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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람의 특성을 한마디로 요약한 명칭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제일 흔한 것은「호코-사피 엔스」, 쉽게 말하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뜻이다.
사람과 짐승과의 차이는 생리학적으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동물에는 없는「이성」 이 인간에게는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스웨덴」의 박물학자「린네」가 만든 말이다.「베르그송」은 또「호모-파벨」이란 말도 꾸며냈다.
「호모-파벨」(공작인간)은 언어를 갖고 도구를 구사하고 그리고 두뇌를 가졌다는 것이다. 역시 사람을 추켜 올린 말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좀 색다른 별명들이 쏟아져 나왔다.「호모-루덴스」가 그중의 하나다.
화란의 역사학자「호이징거」에 의하면『인간은 노는 짐승』이며 문화도 유희로써 발생하고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케네드·볼딩」또「호모-모벤스」라는 말을 썼다. 이동인간이라는 뜻이다.
문명사회의 특징은「정착」에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이동」이 그 본성이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치와 정보를 찾아 활발히 이동하는 새 인간상의 등장을 그는 예견했던 것이다.
이런 별명들은 모든 인간에게 해당된다. 그러나 요즘 와선 특정된 나라를 꼬집기 위해 붙여지는 별명도 있다.
바로「이커노믹·애니멀」. 인간의 본성을 경제행위에서 찾으려는 인간관이지만, 실제로는 오직 실리에만 눈독을 들여 뛰어다니는 일본국민을 비꼰 말이다.
일본의 경제적인 번영을 비꼬아서「런던·타임스」에서 처음으로 썼다고도 한다. 그러나「파키스탄」의 전 수상「부토」가「파키스탄」의 시장을 휘어잡으려는 일본인의 맹 렬「세 일즈맨십」을 꼬집어서 이런 말을 썼다는 게 맞는가 보다.
이와는 다른「호모-이커노믹스」라는 말은「애덤·스미드」의 시대부터 있었다.
이것은 오히려 좋은 뜻으로 붙인 별명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누구나 합리적이며 타산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근면하고 합리적이고 이익 추구 적인 이런 인간상이란 오히려 바람 직 스런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제인과 경제동물과는 전혀 다르다.「이커토믹·애니멀」이라고 할 때에는 염치 도 절도도 가리지 않고 상품만 많이 팔고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사고와 행동에 대한 욕이 들어 있는 것이다.
한동안 이런 욕을 먹어 가며 번영을 누렸던 일본이 좀 주춤해졌다. 그리고 뒤늦게「이미지」전환에 애쓰고도 있다.
우리의 걱정은 그런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우리는 「이커노믹·멘」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자부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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