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馬" 마해영 연타석 투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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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야구 팬들은 아마 지난해 한국시리즈 6차전을 드라마처럼 끝낸 랑데부 홈런을 연상했을 것이다.

삼성의 쌍포 이승엽과 마해영이 개막 1, 2차전에서 차례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이승엽은 지난 5일 대구 개막전 1회 첫 타석에서 두산 에이스 박명환을 상대로 좌월 투런홈런을 때린 데 이어 두번째 타석에서 우월 투런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 마지막 타석 홈런에 이은 3연타석 홈런이다.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마지막 타석에서도 홈런을 때렸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타석도 홈런으로 장식했다. 지난해 10월 20일 광주 기아전에서 13회에 팀의 승리와 자신의 홈런왕을 확정지은 홈런이었다.

2년에 걸쳐 3연타석 홈런을 때린 것은 이승엽이 처음이다. 이승엽은 개막전에서 4타수 3안타.6타점으로 팀의 7-6 승리를 이끌었다.

마해영의 방망이도 조용하지 않았다. 6일 0-4로 뒤진 2회 첫타석에서 좌월 투런홈런에 이어 4회에도 투런홈런을 작렬,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는 6회에서는 2루타로 진루해 김한수의 적시타에 결승 득점을 올렸고 8회에도 안타를 쳐 4타수 4안타.4타점.3득점을 기록했다.

1회초 선발 임창용의 난조로 4실점한 삼성은 마해영의 원맨쇼로 5-4로 역전승했다. 마해영은 "이승엽이 미국에 진출하기 전에 좋은 홈런왕 승부를 하고 싶다"며 선의의 경쟁을 부추겼다.

개막 전날 "이승엽이 마해영의 타점 올릴 기회를 다 없앤다"고 농담을 했던 삼성 김응룡 감독은 "하루에 한 타자씩 이렇게 쳐주니 경기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결승타를 때린 김한수는 21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선발 등판한 삼성 에이스 임창용은 일곱타자를 맞아 몸맞는 볼과 2루타 두개를 포함, 4안타.4실점하면서 1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직구 최고시속이 1백49㎞에 이르는 등 공은 빨랐지만 이혼 소송과 미국 진출 좌절 등 개인적인 문제로 흔들리는 듯한 인상이다.

기아와 현대도 광주와 수원에서 각각 한화.롯데를 상대로 기분좋은 2연승을 올렸다. 기아는 5일 이종범이 마수걸이 홈런을 때렸고 6일에는 신동주가 연타석 홈런을 터뜨려 12-3으로 크게 이겼다. 현대는 안정된 투수진을 자랑하듯 롯데와의 두경기에서 1점만 내주며 5-0, 8-1로 쉽게 이겼다.

잠실에서는 LG가 신인 박경수의 짜릿한 결승 2루타로 4-1로 승리, 개막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

이태일 기자, 대구=성호준 기자, 광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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