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 앓는 불 신문계 아무런 묘약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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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스」언론계는 침몰직전의 난파선과 같다. 지난6월28일 『르·쿼티디앵·드·파리』 라는 조간지가 또 다시 문을 닫았다. 74년 지하저항신문으로 출발했던 「콩바」가 폐간의 비운을 당한 이후 작년에 「쟁포름」지가 사라지더니 이번에 3번째의 신문이 사망했다. 「프랑스」언론계는 최근 10여년 동안 계속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3월 총선을 유일한 돌파구로 기대했지만 좌파연합이 산산조각 나버려 총선도 명의가 될 수 없었다.
불 신문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67∼76년간) 「파리」의 총 신문발행붓수가 1백20만부나 감소되었다. 67년도에 3백50만부였던 것이 76년도에 2백30만부로 떨어졌으며 감소추세가 불행하게도 3월 총선을 지난 오늘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10년에 1백20만부가 떨어지면 현재 2백30만부는 20년 후에. 단1부도 남지 않는다는 논리에서 「프랑스」 언론계의 임종임박이 예보된다.
불길한 징조의 「르·몽드」지를 비롯한 좌우 각 신문들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또 하나의 목소리가 사라졌다고 탄식하고 있다. 「몽바」의 폐간으로 그 편집국을 그대로 옮기다시피 한 신문이 『르·쿼티디앵·드·파리』다. 「프랑스」의 신문들은 모두가 좌파 아니면 우파이다.
오직 우리만이 정파를 초월한 독립적인 신문이다.-』-5년간 「콩바」지의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르·쿼티디앵·드·파리」지 사장이된 「앙드례·데송」은 창간사에서 기염을 토했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독자들은 불편 부당의 이 조간지를 매정하게 뿌리치고 말았다. 이 신문은 최고 발행붓수가 고작 3만5천부를 기록했을 뿐이며 현재 1만4천부라는 잡지보다도 적은 신문으로 전락해버렸다.
「파리」의 명문지의 속사정들도 예외일 수 없다.
탄탄대로를 걷는 것으로 보이는 「르·몽드」지도 작년에 21만4천「프랑」(약2천3백만원)의 적자를 냈다. 발행붓수도 76년보다 2.6%가 떨어져 유가지는 불과 42만8천부에 머무르고있다.
조간의 왕좌라는 「르·피가로」는 더욱 비참하다.
60만부의 대 신문이 현재 32만7전부의 군소 신문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에르상」이라는 우파정치인이 사주가된 후 「레이몽·아롱」을 비롯한 세계적인 논객들이 미련 없이 전통을 자랑하는 민족조간지를 떠났다. 게다가 사주가 지난3윌 하원에 출마했다가 「프로랑스·다르쿠르」라는 무명여성후보에게 대패한 후 내리막길을 가속화했다.
공산당기관지 「뤼마니에」도 판매조직을 자랑하지만 속수무책, 3월 총선에서 좌파의 패배가 전화위복의 계기가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오산이었다. 작년15만1천부로 이중 「파리」 에는 1만9천부밖에 팔지 못한 삼류신문이 되고 말았다.
우파지 「파리지앵」도 「크로르·베랑제」회장이 오랜 분쟁을 해결했지만 최근에 사망, 낭떠러지로 굴러내리는 현세이다. 분쟁전 1백만부를 자랑했던 이 조간지는 지금 35만9천부 선에서 허덕이고 있다.
사주가 파산해서 좌초중인 「로로르」지도 28만9천부 선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있는 딱한 사정이다. 신문위기의 주요원인은 과격한 신문노조의 투쟁과 1년에 3번씩이나 오른 신문값(신문1부 값이 현재 한화 1백70∼1백80원이다)에다가 우편배달이라는 배포구조 등으로 지적된다.
언론멸망을 목전에 두고 새 전략이 논의되지만 묘약이 없어 「프랑스」언론계는 중병을 앓을 수밖에 없는 어두운 전망이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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