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수입시책의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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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 물자수급파동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 긴급 수입한 각종 물자가 터무니없이 비싸 새로운 물가상승요인이 되고있다는 사실에 대해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외국에 값싸게 수출한 물자들을 다시 비싸게 수입한다니 더욱 충격적이다.
「타일」같은 것은 평당2천원에 수출했던 바로 그 물건을 6천4백원에 도로 사왔고, 「시멘트」도 t당 11「달러」의 적자를 보고 재수입했다한다.
이런 터무니없는 물자수급을 하면서 물가가 오르지 않기를 바랐다면 그것은 당초부터 큰 잘못이었을 것이다.
최근의 물가상승도 바로 이같은 물가정책의 미흡에 큰 원인이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정부당국은 작년부터 건축경기 촉진책을 펴 지금까지도 「템포」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해외건설수출을 적극 가속시키면서 국내건축도 동시에 자극하는 정책기조이다.
민간건축투자뿐 아니라 정부부문에서도 각종 전시적인 공공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제한된 국내공급능력밖에 못 가진 처지에서 이런 내외수요의 가열이 어떤 결과를 빚으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여기다 연초에 70만t의 「시멘트」를 수출했다.
국내 건축공사를 최대한으로 벌여놓고, 어떤 근거에서 「시멘트」수출까지 했는지 도시 납득하기 어렵다. 「시멘트」수출을 한데는 물자수급면에서 그만한 여유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시멘트」파동은 늦봄부터 나타났으니 결국 불과 몇 달 앞의 수급전망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것밖에 안되지 않는가.
이러한 수급차질은 기초통계에 결합이 있거나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늘어난데 기인된다고 볼 수 있다.
기초통계의 결합은 최근 자주 나타나는 문젯점으로서 유독 공급면만이 과잉 파악되고 있다는데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금년의 쌀 파동 등이 좋은 예이다. 수요 급증은 정책조절기능의 미흡에 큰 원인이 있다. 경기의 평준화를 도모하여 수급의 큰 격차를 사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기능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정책관행도 꾸준한 사전적조정보다 일이 파국직전에 이르러서야 충격적 조치로써 일시에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건축자재도 근본적인 수급 차질이 심화되자 수입을 서둘러 물자부족을 메우는 응급조처를 쓰고 있다. 이리하여 비싸게 수입한 건축자재를 대형건설업자에게 강제 할당, 「아파트」건설 등에 쓰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비싼 건축자재의 사용이 건축원가고-분양가격의 상승-부동산값 인상으로 연결될 것은 뻔한 일이다.
국민경제에 있어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게 하는 정책당국의 판단「미스」는 그것이 비록 매우 사소한 것이라도, 어떤 중대한 영향으로 되돌아오는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절실히 인식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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