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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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소 신용이 없던 사람이 굳은 약속을 한다고 해서 금방 신용이 생기진 않는다. 명소 신용이 있던 사람도 한 두 번 거짓말을 하고 나면 신용이 흔들린다.
신용은 하루아침에 생기거나 없어지는 게 아니며 평소의 언동·처신에 관련되는 것이다.
언젠가 신문만화에『정부가 하는 말을 거꾸로 믿으면 손해를 안 본다』는 내용이 나와 사람들을 웃긴 일이 있다.
정부의 장려에 따라 고구마재배·양돈 등을 했던 농민들이 나중에 손해를 보게됐다는 사실을 풍자한 만화였던 것.
고의든 아니든, 여건변화가 있었든 없었든 간에 이런 일이 있고 나면 정부의 신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작년 정기국회에서『석탄 값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한 주무장관이 국회가 폐회하자말자 석탄 값을 올린 일이 있었고 최근에는 금리를 안 올린다 안 올린다고 했다가 금리를 올린 일도 있다.
이런 일이 있으니까 국민들 중에는『석탄 값을 안 올린다』는 장관 말이 나오자마자 연탄을 사재기 시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공공요금을 안 올린다는 관청의 다짐이 거듭될수록『아, 곧 공공요금이 오르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올릴 때 올리더라도 미리 올린다고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정부에 있음직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일의 누적이 정부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국민과 정부간의 간격을 크게 한다.
개인사이에도 신용이 떨어지면 관계가 서먹서먹해지고 친해질 수가 없으며, 잘못 심한 경우에는 반목·소송·원수관계에까지 이르는 수가 있다.
최근 말도 많은「아파트」사건에 대해 검찰은 멀잖아 전모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것을 가지고『발표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뒤집어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상과열 때문에 엄청난 신용부실 화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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