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발생 숨기는 게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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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급성전염병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계절인데도 일부 병·의원이 전염병 발생보고와 격리수용을 게을리 하고 있어 보건당국이 환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전염병 방역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는 일부 병·의원이 환자를 뺏기지 않으려는 속셈과 당국에 보고했을 경우 방역대책·사후조치결과 보고 등 귀찮은 업무가 많아 이를 기피한 것으로 격리수용 되지 않은 환자들이 통원치료를 하는 동안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결과마저 빚고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각 시·도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시 결과 밝혀진 것으로 서울보다 지방 각 지역 의료기관이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이 때문에 전염병환자발생을 제 때에 파악하지 못해 발생지역에 대한 예방접종·연막소독·역학조사 등 방역활동에 큰 차질을 빚고있다.
보사부에 공식 보고된 전염병환자는 장「티푸스」의 경우 72년의 2천30명에서 73년 7백87명으로 급격히 줄었고 74년6백56명, 75년5백34명, 76년6백72명, 77년3백4명으로 74년 이후 3백∼6백여 명밖에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으나 의료전문가들은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질·「디프테리아」·뇌염환자 등도 마찬가지로 전염병발생상황을 정확히 파악, 신속한 방역과 치료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보사부는 이에 따라 5일 법정전염병환자를 신속히 파악 ,철저한 보고와 방역대책을 세우도록 각 시·도에 특별 지시했다.
1종 전염병인 장「티푸스」의 경우 최근 들어 여름철 뿐 아니라 봄·겨울 등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있는데 일부 병원들이 환자에게 통원 치료토록 종용하는 바람에 이 병의 초기증세인 높은 열만 떨어지면 완치된 줄 알고 치료를 중단하는 바람에 잠복기를 거쳐 재발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보사당국이 6월초 41개 도내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의료감시를 실시한 결과 54%인 19개 병원이 법정전염병을 신고하지 않거나 진료기록부를 비치하지 않았고 진료실적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북도 보건당국과 경북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추계에 따르면 작년 한햇동안 경북도에서 발생한 장「티푸스」증세환자는 1천여 명으로 진성환자만도 40∼50%에 이르고 있으나 도 보건당국에 보고된 것은 단 7명뿐이었다.
또「디프테리아」환자는 1백여 명이 발생했으나 단 6명만 보고됐다.
광주 전남대와 조선대부속병원을 비롯, 개인 병·의원에는 요즘 1백여 명 의 장「티푸스」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으나 도 보건당국에 신고된 것은 단 24건(서면보고는 2건)뿐이다.
전염병 예방법에는 1종 법정전염병(장「티푸스」·세균성이질·「콜레라」·「파라티푸스」등)환자·병원체 보유자를 의사가 진단, 시체검안을 했을 때는 즉시 보건당국에 보고토록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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