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황산「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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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을 비롯한 우리 나라 대도시의 대기 오염이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이런 시점에서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새 환경 보전법에 대기 오염의 주범 격인 아황산「가스」를 규제하기 위한 유류의 직접 탈황 의무 조항이 빠져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아황산「가스」에 의한 대기 오염도는 서울의 경우 국제 환경 기준치인 0·05PPM을 부분적으로는 벌써 50%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부산은 서울보다 더 심해 공업지구에서는 환경 기준치의 3배를 넘는 1·5PPM을 나타낸지가 오래다.
아황산「가스」의 주된 배출원은 「벙커」C유를 사용하는 수많은 공장과 사업장들이지만,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각종 차량들에 의한 것도 30%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시내를 달리는 10만여대의 각종 차량들이 정속시에도 1대가 20∼1천2백PPM의 아황산「가스」를 대기 중에 방산 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있다.
더욱이 서울시내 차량의 하루 평균 주행 거리는 2백km로 외국 주요 도시 차량의 1일 평균 주행 거리 15km와 비교할 때 무려 13·3배나 길다.
따라서 서울시내 10만여대의 차량이 내뿜는 유독성 물질은 외국의 l백30여만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것과 맞먹는 것으로 보아야한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모처럼 마련된 환경 보전법이 아황산「가스」의 발생원인 기름의 유황 성분 자체를 원천적으로 규제하려 하지 않고 배출 기준을 통한 배출 규제 방식을 택했다는 것은 법 자체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평을 받아 마땅하다.
환경 오염 대책은 개개의 배출 원에 대한 배출 규제만으로는 도저히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장 굴뚝에 배연 탈황 시설을 갖추고 자동차마다 배기 「가스」 정화기를 부착한다해도 그것으로 오염 물질의 완전 제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종국적으로는 미량의 집적에 의한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때문에 대기 오염을 방지하는데는 무엇보다도 국내 정유 공장들이 생산 공급하는 유류의 품질 자체를 개선하는 예방적 차원의 접근 방법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내 정유공장들이 생산하는 각종 유류는 탈황 시설의 미비로 유황 함유 비율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휘발유는 일본·미국이 0·05%인데 비해 0·25%로 5배나 많고 경유는 외국이 1%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3·5%에 이르고 있다.
물론 이처럼 낮은 유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름 값을 올려야하고 기름 값이 오르면 다른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해도 앞으로 갈수록 공장과 자동차가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한 이상 사태가 더 이상 심각해지기 전에 정유 회사에 대해 탈 유황 시설을 의무화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여기에는 탈황 시설의 설비비나 유지 관리비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사태가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전제돼야 한다.
그 동안 호경기를 누려온 정유 회사의 수익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비용은 당연히 점유회사와 소비자가 적절히 분담해야 할 것이다.
탈황 시설의 유지비 절감을 위해서는 유황 함유량이 2%나 되는 「쿠웨이트」산 원유의 수입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고, 유질이 좋은 「리비아」나 「인도네시아」산 원유의 수입량을 늘려나가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결여되는 한 새로 시행되는 환경 보전법은 처음부터 그 실효성을 별로 기대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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