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백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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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7일 발표된 정부의 『청소년 백서』는 1977년도의 소년 범죄 발생율이 전년도에 비해 1·3% 감소되었으나 전체적으로 연평균 11·4%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이것을 보면 정부와 사회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행 청소년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도리어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서」에 의하면 최근의 청소년 범죄는 갈수록 난폭화·지능화·집단화·저 연령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비행 청소년들의 행태와 심리가 몇몇 철부지들의 우발적 탈선이나 실수의 정도를 넘어서 점차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범법 행위로 본격화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범법 자행의 동기에 있어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은, 「생활비 충당」의 비율이 매년 줄어드는 반면, 「유흥비 충당」이 점유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 전체의 11.1%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오늘의 청소년 범죄 양상이 「잔·발잔」형이나 「올리버·트위스트」형으로부터 점차 탕자 선망형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결국 오늘의 청소년들은 그 적지 않은 수효가 배가 고파서 할 수 없어 한개의 빵을 훔치기보다는 자기 생활이 남들에 비해 너무나 재미가 없고 신바람 나는 일이 없어서 무작정 범죄를 저지르고 보자는 심산에 사로잡혀 가고 있는 징후마저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성인도의 생활 태도가 너무나 『돈 잘 벌고 돈 잘 써서 한세상 즐겁게 살아보자』는 향락주의적 풍조에 젖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자생해 볼 만한 일이다.
요즘의 청소년들은 『잘 산다』는 것을 청년다운 추상적 삶, 즉 의롭고 선한 가운데 참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라고 체득하기에 앞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손에 쥐어 최대한 소비하고 매일 매일을 한껏 향락하면서 즐기는 것이 제일이라는 철학을 은연중 주입 받으면서 자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점에서 오늘의 청소년 비행은 한낱 법적 차원의 형사 사건들이기에 앞서 우리 생활 전체의 기조에 침윤하고 있는 『도착된 잘 살아 보기 철학』의 침전물이라 간주해야 옳을 듯 하다.
따라서 청소년 문제에 대한 대책이란 것도 법적인 것이든, 행정적인 것이든 또는 교화적인 것이든 그것이 단순히 「대책적」인 발상과 대증적인 수단에만 머물러 있다면 문제 해결에의 근원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 문제의 한 원인이라 할 외적 조건의 불비는 물론 법적·행정적 배려와 제도적 확충 또는 시설 향상·환경 정화 등에 의해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산업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는 인간적 가치의 회복에 기본 목표를 둔 「인간학적」 통찰이 필요하며, 그에 바탕한 사회 전체의 사회 교육장화가 절실하다.
청소년 문제란 기본적으로 『인간을 키우는 문제』이기 때문에 청소년의 심성과 행태를 아름답게 순화시키기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우선 성인층 자체의 생활 자세를 도덕적으로 존경받을 만하게 교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그런 다음 청소년들 세대가 그 나름대로의 청신한 공동체를 이룩해 『보람 속의 즐거움』을 향유하며 살아가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옛날 화랑의 젊은이들도 집단과 자연 속에서 풍류와 가무를 숭상하는 가운데 수신의 길을 닦았듯이, 오늘의 청소년들도 청신하고 보람있는 공동체적 교환 속에 초대되어 순치 되는 것에 의해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아름다운 청소년 상이 확립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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