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채권 ETF 눈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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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증시가 단기 고점이냐 여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단순 지수상으로는 분명 2007년 수준을 넘어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 중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P/E(Price/Earning) 지표를 토대로 보면 최근 2~3년간 미국 기업의 이익이 늘어남에 따라 현재 주가수준은 과거 10년 평균 근처에 머물러 있다. 미국 증시는 겉으론 고점 징후를 보일지 모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런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건 일부 종목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란 견해가 설득력 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 관련 주들이 대표적이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쏟아진 정책들을 배경으로 바이오헬스케어주, 셰일가스 관련 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관련 주가 시장을 주도해 왔다. 글로벌 자금이 테마를 가진 이들 주식에 몰리면서 주가상승의 쏠림현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고점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시장 전체로 볼 때엔 과열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당분간 오바마 관련 주들의 고평가에 따른 주가조정론이 힘을 받는 가운데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펀더멘털상의 변화가 없는 한 지수가 옆걸음질치는 장세가 점쳐진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어쨌든 세계 경기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막바지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처럼 매월 100억 달러씩 국채 매입을 줄여나간다면 양적완화 정책은 올해 안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적완화가 종료된 이후를 기다리고 있는 카드가 바로 금리 인상이다.
 
금리 오를 때 오히려 수익 내

 금리 인상기가 돌아오면 채권 투자도 이에 따라 손발을 맞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 위험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금융상품을 고르는 게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듀레이션(실질 만기)이 짧은 채권자산에 투자하거나 금리 위험을 최소화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상품 중에는 인버스(Inverse) 채권 ETF(상장지수펀드)가 있다. 일반 채권의 개념과는 정반대로 금리가 오를 때 오히려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를 활용하면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일부 상쇄할 수 있게 된다. 단기 하이일드, 시니어론, 변동금리부채권 등도 금리 상승기에 대비한 상품이라 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ETF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미국 제로듀레이션 하이일드 증권펀드[채권-재간접]’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미국 하이일드채권 ETF를 70~90% 수준으로, 미국 국채 인버스 ETF에 10~30% 수준으로 투자해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상품이다.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은 수익률은 높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고위험·고수익 채권이다. S&P의 신용등급 BB+ 이하, 무디스의 Ba1 이하 등급인 회사채가 이에 해당한다.

 국채 인버스는 일반적인 채권 개념과 달리 금리가 오를 때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투자 미국 제로듀레이션 하이일드 채권펀드가 미국 국채 인버스 ETF를 편입하는 건 하이일드 채권의 듀레이션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서다. 미국 국채 인버스 ETF는 국채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므로 펀드에 함께 편입시켜 하이일드 채권 고유의 높은 이자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금리변동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seom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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