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대일 무역 역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출이 6월 들어 둔화세를 보이면서 대일 무역 역조가 사상 최고로 심화된 것은 주의를 요하는 사태다.
수출의 둔화세가 일시적인 것인지 구조적인 것인지 아직은 속단할 수 없으나 그동안 호조를 보이던 수출이 주춤해진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우선 수출 채산성의 악화가 문제다. 수출 채산성, 즉 국제 경쟁력은 국내 물가의 안정에 가장 영향 된다.
국내의 안경 기조가 동요되는데 수출이 잘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흔히 수출을 위해선 통화 증발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통화 증발로 물가가 오르면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켜 결국은 수출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국내 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수출 증가가 가능했던 것은 원화의 실질적인 평가 절하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달러」화의 하락과 「엔」화의 상승에 따라 「달러」와 「링크」된 원화는 자동적인 환율 인상의 결과를 빚었는데 이것이 수출에 상당한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6월 하순에 들어 다시 「엔」화가 오르고 있으므로 수출에 일시적으론 유리한 작용을 할지 모르나 이것이 과연 한국 경제에 소망스러운가에 대해선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국내 경제 여건은 국제수지보다 물가 문제가 더 심각한데 타율적으로 원화가 평가절하 되면 수출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물가는 더 크게 자극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엔」화가 이미 14%나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대일 무역 불균형이 시정 되기는 커녕 왜 오히려 심화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선 깊은 연구와 함께 우리 정부의 강경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일 무역 역조는 한국의 무역 균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벽이며 이의 해결 없인 균형적 무역 확대가 불가능한 형편이다. 금년 1∼5월중의 대일 수출은 9억2백만「달러」로 작년보다 18%가 늘어난데 비해 수입은 무려 51%가 급증한 21억4천2백만「달러」에 이르렀다. 1∼5월중의 대일 무역 적자 12억4천만「달러」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대일 무역 적자 확대는 한일간의 무역 불균형이 환율이란 가격 기구가 작용하지 않을 정도로 구조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대일 의존이 너무 경직화되어 있어 「엔」고가 수출 촉진·수입 억제의 효과를 발휘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엔」고는 그대로 수입 가격 상승으로 전가되어 국내 물가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일 무역 역조의 시정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구조적 경직성 외에 일본의 대한 수입 규제 강화도 큰 원인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1년에 20억「달러」가까운 무역 흑자를 내면서 대한 수입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는데 대해선 강력한 대응조처가 있어야할 것이다.
그 동안 국제수지가 많이 좋아졌다지만 이와 같이 속을 들여다보면 근원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수지 개선이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중동 「붐」이라는 「외줄 경기」에 힘입은 지극히 불안한 것임을 알아야겠다. 따라서 중동에서 번 돈이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로 「링크」되도록 모든 정책적 유도를 다하는 것이 대일 무역 역조 시정, 나아가서는 국제수지의 확대 균형을 위한 정도가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