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졸」도 잘 다듬으면 「용장」-실업배구 현대·「토프론」승승장구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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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무리 좋은 나무도 깎고 다듬어야만 동량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스포츠」에서처럼 실감나는 곳도 드물다.
지난 16일부터 서울문화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차 남녀실업배구 연맹전에서 강호로 지목되던 석유공사·도로공사 등이 예선탈락, 또는 탈락의 기로에서 허덕이는가 하면 현대·「토프론」등이 승승장구해 「팬」들을 놀라게 하고있다.
이번 대회서 가장 두드러진 「팀」은 현대와 「토프론」. 현대는 이병화·김영숙 등 신인을 단순히 데려가는데 그치지 않고 이들을 갈고 닦아 하나의 멋진(?)작품으로 발전시켜 좋은 결과를 낳은 것.
「트프론」의 경우 지금 호까지 주공격수로 활약하던 이순옥을 l차 연맹전 때부터 「세터」로 기용하고 실업초년생 박미애를 보조「세터」로 기용하는 용단을 내린 데 이어 이에 맞는 새 「패턴」구성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 동안의 부진을 씻고 막강의 「팀」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반면 1차 연맹전까지 만해도 우승을 차지했던 강호 석유공사가 예선탈락 쓴잔을 마신 것은 변경(국가대표)와 유정혜가 부상으로 출전을 않은 탓도 있지만 김숙·최금순 같은 귀한 재목들을 기르지 않아 두 거함이 빠진 공백을 메울 수가 없었기 때문.
또 지난해 3관왕의 영예를 누렸던 도로공사 역시 「팀」실력이 없어졌다기보다는 새 재목들을 길러내지 않고 신진대사가 전혀 없이 답보상태만 거듭했기 때문에 일취월장하는 신진「그룹」에 패배한 건 당연한 귀결.
냉혹한 승패의 세계에서 재원의 빈곤만을 탓할게 아니라 주어진 재목들을 갈고 기르고 닦아주는 풍토가 마냥 아쉬운 게 지금의 「스포츠」계다. 【석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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