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림 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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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축 건물이 날림 공사로 내려 않는 등 건축물의 안전도가 허약하여 곳곳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고 있다.
며칠전 서울에서는 신축 중이던 2층 주택이 무너져 8명의 사상자를 냈는가 하면 도심지 한길에 설치된 교량이 「트럭」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내려앉은 사고까지 빚었다.
와우 「아파트」 도괴 사건을 겪고 나서도 부실 공사로 인한 위험이 줄어들기는커녕 언제 무너질지 모를 엉터리 건물들을 예사로 짓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최근에는 주택 건축업자들이 건축 자재의 품귀와 더불어 가격이 폭동하자 자재를 아끼고 건축 공정을 앞당기기 위해 안전도를 무시한 날림 공사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건축이 인간의 생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진대 이렇듯 인간의 안전을 도외시한 날림공사는 그대로 방임할 수가 없다.
「시멘트」 배합율을 낮추고 규정 이하의 철근을 사용해서 공정을 무리하게 앞당겨 지은 건축물은 요행히 공사 기간 중에 붕괴되지 않는다 해도 그 공정상 헛점이 멀지않아 큰 사고로 현재화할 것은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볼 때 최근 신흥 주택가 등에서 악덕 업자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이런 날림 공사는 분명, 그 위험을 알고서 하는 범죄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리 나라에서는 건축 업자뿐만 아니라 행정 당국이 건축주가 된 경우에도 안전을 무시한 날림 공사가 너무 잦다. 이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공공 건물이나 시민 「아파트」 등이 연중 끊임없는 보수 공사로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안전을 위하여 중간 검사 제도까지 마련해놓고 있으나 이 규정들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아직도 건축업자나 이들을 감독해야할 행정 당국자까지도 모두 안전 의식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건축 시공 업자는 최근 수년 사이 겉으로는 대형화했지만 대규모 산업 시설에까지 표준 작업 방법이나 시방서의 안전 규정을 등한시하던 과거의 나쁜 습관적 작업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짙다.
더우기 자본이 영세하고 기술 축적이나 자질이 뒤떨어지는 소규모 주택 건설업자들일수록 오랜 세월 동안 고질화된 불안전 작업 관례를 더욱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거용 건물의 대부분이 이들의 손에 의해 건축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고는 어느 것이나 인간·환경·도구의 3대 요소가 안전성을 결여함으로써 야기되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인간 행동의 불안전성이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사고의 요인 가운데서도 환경과 도구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는 것인데 그러한 작업의 주체인 사람의 마음가짐 자세가 기술적 요소의 혁신조차 따르지 못하는데서 아직도 건물 붕괴와 같은 원시적 사고를 예사로 되풀이하고 있다면 지나치다 할 것인가.
이런 견지에서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는 건축 공사의 허가 과정에서는 물론 중간 검사와 준공 검사에서 무엇보다 그 안전도부터 철저히 검사함으로써 부실 공사는 반드시 근절시킨다는 결의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와 함께 시민들도 부실 시공업자가 발견 되는대로 고발 조치 등으로 이들을 추방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줄 안다.
안전한 사회는 안전을 실현시키려는 구성원 각자의 굳은 결심과 실천이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날림 건축 공사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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