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민주주의의 나라 「스위스」 주말이면 국민투표로 바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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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스위스」가 국민투표의 홍수속에 주말을 모두 박탈당하고 있다고 「프랑스」를 비롯한 이웃나라들이 동정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 내지는 1백% 민주주의를 고수하고있는 「알프스」속의 지상낙원은 일요일이면 모든 국민들이 투표지옥에 빠진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스위스」정부는 이 제도때문에 사사건건 국민의 의사를 물어 정책을 수행해야하며 정부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고충을 안고 있다.
정부가 꼭 하고싶은 일가운데 74년 50만외국인노동자 추방문제가 국민투표의 부결로 좌절되었고 76년에는 지금 우리나라도 실시중인 부가세실시가 역시 거부되었었다. 특히 지난5월28일 하룻동안 「스위스」국민들은 5번이나 국민투표를 해야만 했다. 먼저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자는 정부안은 1백24만표대 55만여표로 가결.
두번째는 환경보호주의자들이 내놓은 1년에 12일의 일요일만 「스위스」영공의 항공기비행을 금지하자는 제안의 부결. 이유는 「스위스」의 가장 큰 재원인 관광수입을 격감하게 된다는 정부의 역선전 때문이다.
세번째는 「서머·타임」을 실시하자는 정부와 의회의 공동제채의 부결.
국립 또는 주립대학 8개교에 정부보조금을 증액하자는 정부안이 4번째로 부결되었고, 마지막으로 빵을 비롯한 식품의 수입관세 인상은 간신히 통과되었다.
되는 일보다 안되는 일이 더 많은 「스위스」의 국민투표에 대해 이웃 나라들은 능률을 죽이는 쓸데없는 옹고집이라고 고집는다. 특히 「프랑스」는 일일이 막대한 돈을 들이고 주말을 투표의 노예화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여론조사를 해서 정책에 반영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우정어린 충고를 한다.
이것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기능을 약학시키는 역행이라고 까지 지적한다.
그러나 「스위스」인들의 직기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프랑스」나 서독·영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직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로 하는 방법은 이뿐이라고 주장한다. 국민투표의 제안은 5만명의 시민이 서명하면 가능한 유일한 제도라고도 역설되며 『이것이야말로 오염되지 않은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보면 흔히들 말하는 서구민주주의는 기능과 능률위주로 오염되었을지도 모르며 「스위스」에서만 순수한 원형민주주의를 보는 것 같은데 각국이 귀걸이· 코걸이식으로 해석한 민주주의들 하는 마당에 「스위스」는 하나의 귀일이 될듯도하다.
【파리= 주변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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