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기지 유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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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은 지난번「브레진스키」보좌관의 북경 방문시 중공 측에 미대통령 검토각서 10호와 대통령지시 18호를 설명했다고 한다.
『미국의 범세계적 전략 목표』라는 제목이 붙은 검토각서 10호는「카터」행정부가 세계전략목표를 재검토하기 위해 작성한 기본문서다.
작년 9월7일 그 내용의 일부가 누설 됐을 때 백악관과 국무성 측은『정책검토를 의한 자료일 뿐 확정된 정책내용이 아니다』란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 검토각서에 기반을 둔 구체적 실천내용이 지시18호에 의해 미 국방성에 하달되고, 또 이번에 그 내용이 중공 측에 설명됨에 이르러선 검토각서 10호의 중요 줄거리는 미국의 정책으로 채택됐다고 봐서 틀림없다.
그 동안 검토각서 10호와 지시18호의 누설된 내용중 한반도에 관한 것은 세 가지로 요약 된다.
우선 현재「알래스카」∼일본∼한국∼「필리핀」∼「괌」으로 연결되어있는 미국의 기지 유지선 이「알래스카」∼일본∼「오끼나와」∼「괌」으로 축소되도록 되어있다.
한국과「필리핀」이 기지선 밖으로 제외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초기단계에서 잠정적으로나마 서울의 압도가능성이 상정되어 있다. 물론 계속되는 전쟁에서 북괴가 한국을 제압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지만-.
세째 마지막으로는 한국 등에서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기동 타격부대로 사태에 대처하도록 되어 있다.
기동 타격부대는 분쟁지역에의 신속한 투입을 위해 주로 육군과 해병대병력 10만명 정도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유사시 한국에 투입될 병력으로는 5개 항모 기동부대, 1개 보병사단, 2개 해병 여단, 24개 비행대대가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전반적인 내용을 검토해보면 미국이 기지 유지선 에서 한국을 제의한다는 사실이 미국의 방위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유사시 미군사력전개 가능성이 전제 되었느냐의 여부가 그 중요 차잇점인 것이다.
그런 뜻에서 기지 유지선으로부터 한국의 제외는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정책을 다르게 표현한데 불과하다. 철군이상의 하등 새로운 사태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주한미군철수에 대해 품곤 있는 우려이상의 불안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 하겠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철군이건 기지유치선의 축소이건 간에 그것이 전제하고 있는「유사시의 병력전개」가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러한 신뢰는 미국의 주관적 의지나 우리측의 믿음뿐만이 아니라, 북괴와 그 배후 세력들에게도 확실한 가능성으로 인식될 수 있느냐를 포함한다.
아무리 철군계획의 구도를 만든 현「카터」행정부가 유사시 재 개입 의지를 확고히 지니고 있어도, 막상 철군 후 재투입이 필요할 때 그 의지가 유지·실천될 수 있겠느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또 유사시 미군개입의 담보라고도 할 미 지상군이 철수되고 나면 미국의 안보공약의 신뢰성은 객관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북괴의 오판을 유발할는지도 모를 위험 요소다.
이런 면에 대한 미국 측의 올바른 인식을 촉구하면서 우리의 안보는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자각을 다시 한번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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