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들도 더위 피해 도망|개막식 앞두고 생포로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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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번 대구 소년 체전서는 『비둘기를 잡아라』라는 이색적인 구호가 나타났었다.
그것은 개막식에 푸른 창공을 수놓을 비둘기들이 더위를 못 이겨 개막식 직전에는「메인·스타디움」에 있는 자기 집들을 버리고 모두 다른 곳으로 날아갔기 때문.
대구 시민 운동장에서 기르고 있는 비둘기는 3백여 마리.
지난 75년 전국 체전 때 타도에서 지원 받은 비둘기 중 약40여 마리가 되돌아가지 않고 터를 잡아 지금의 3백여 마리로 불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개막식을 대비해 비둘기를 모아 잡기까지는 20여 일이 걸렸고 부산 용두 공원 추풍령까지 「비둘기 잡기」 원정을 갔다고.
결국 이 가출 비둘기를 잡기 위해 철망까지 설치, 음식물을 뿌려 오는 것을 한 마리씩 잡아넣었다는 것. 비둘기는 원래 추위와 더위에 민감하지 않은 새라는 것이 정낙용 운동장장의 말인데 무더운 대구서 3년을 지내는 동안 더위의 고통을 느끼는 습성이 생긴 것 같다고. 어쨌든 「살인적인 더위」속에서 잠시나마 운동장 직원들의 땀을 식혀준 것은 비둘기의 수훈이었다 하겠다. <소년체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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