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원 국제위의 무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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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동작 전주미대사의 증언과 미국의 대한비군사원조를 결부시킨 미하원국제관계위의 결의안은 주권국가에 대한 무례한 협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약간 분식을 하긴 했으나 결의안의 줄거리는 요컨대 신빙성 있는 증언을 하지 않으면 대한비군사원조가 삭감 또는 거부될는지 모른다는 내용이다.
원래부터도 「재워스키」측의 김씨에 대한 증언요구는 미국내정치만을 의식한 억지주장임이 분명했다.
이같은 요구는 무엇보다도 한국과 미국이 모두 가입하고 있는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을 완전히 짓밟는 주장이다. 지구상에 수많은 나라들은 최소한도의 자기구속에 의해 국제간의 결서와 공존을 유지해가고 있다. 그 최소한의 자기억제 약속이 다름 아닌 조약· 협약등의 국제법규인 것이다. 전대사에 대한 증언압력은 바로 이의소한도의 자기구속을 거부하는 행동이다. 국제사회의 일원을 넘어 스스로 명령음를 자처하지 않는 한 어찌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있겠는가.
전대사 증언요구의 무당성애 대해선 미국정부마저도 줄곧 경고를 해오고 있으니 더 이상 무슨 얘기가 필요하겠는가. 그런데 그 부당한 요구에 이제는 한술 더떠 비군정원조까지 결부시기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비군정원조라해야 그것은 미국농민들의 이익보호와 결부된 이른바 PL 480원조 5천6백만「달러」가 고작이다. 무상원조도 아니고, 갚아야할 그 정도의 장기차관은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와 예산규모로 보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으로 한국측을 굴복시킬 수 있는 압력수단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유치하다.
그러한 섣부른 압력은 오히려 우리측이 「로비·스캔들」에 대해 협력하려고 해도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막을 뿐이다.
그동안 우리측은 「빈」 협약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김씨가 미하원의장에게 서신 또는 전화등을 통해 협력하는 방안을 재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하원의 부당한 요구를 완전 묵살하지 않았던 것만 해도 우리로 선전통적인 한·미우호관계에 대한 배려를 해보자는 뜻에서 였다.
그러나 지금갈이 미하원이 공개적으로 우리에게 압력을 가해오는 마당에 우리측이 그 이상의 「협력」을 하게되면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굴복」으로 밖엔 투영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미국측의 대국주의적 면모를 돋보이게할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신마저 실추시키게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미관계에 대한 북괴의 중상을 뒷받침함 선전거리를 재공하게 될 위험마저 적지 않다.
또 공리적으로 보더라도 「빈」 협약에 도전하는 미하원의 결당는 미국외교관을 해외에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킬 악례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외교관이 외국의 청부전복 활동등의 국내정치 관여와 중요 기관 및 외교통신 도청등의 행위를 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만일 앞으로 외국의 정부나 의회가 이런 문제에 대해 미국 외교관의 증언을 요구하기라도 한다면 무슨 명분으로 거절하겠는가.
당장 우리국회가 청와대도청설을 발설한 「포터」 전대사의 증언을 요구하면 미국측은 이에 응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미하원국재관계위의 「대한압력」결의안은 명분으로 보나 공리면에서나 실제 효용상오로나 해로울 뿐이다.
미하원본회의의 이생적인 처리를 기대한다.
그러나 설혹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에도 비군사원조 처리여하에 굴함이 없는 우리의 의연한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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