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에서|신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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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예선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세상살이 투정을
할 수가 없다.
하늘과 땅은
서로 마주 하여
자연의 작위를 지키는 때
열매를 마련한 과수 나무들아
숨어 핀 들풀아
더는 못 참아
내 여기 왔느니
들은 한번에 몸을 일으켜
지그시
내 입을 누르고 있다.

<시작 노트>검은 감정 풀어놓기엔 너무 깨끗한 자연…
교외에 나가 보았다. 교외에라도 나가 마음을 정화시켜 보고 싶었다. 그러나 어찌 들이나 산이나 과수밭에 나의 그 검은 감정의 찌꺼기를 풀어놓을 수 있겠는가.
들에는 많은 초목이 부지런히 자라기 위해 모자라는 물을 나누어 먹으며 땡볕에 서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외면하고 미루어오던 일상이 그 곳에 널려 있었음을 나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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