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높은 투표율-2대 통대 대의원 선거의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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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2대 「통대」선거가 끝났다.
초대의 2.49대1 보다 훨씬 낮은 2.09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은 오히려 초대의 70.4%보다 훨씬 높은 79%를 기록한 것이 특징으로 보인다. 이 숫자는 9대 국회 의원 선거의 72.9%보다 높은 것이다.
투표율의 결정요인으로는 대체로 ▲당국의 계도 ▲후보들의 적극적인 선거활동 ▲선거일의 날씨 등을 꼽을 수 있다.
추웠던 초대 때(72년12월15일) 에 비해 이번 선거일은 투표하기에 좋은 날씨였고 선거운동 양상도 초대보다는 일부 타락·과열로 표현될 만큼 치열했던 점에 비추어 투표율 상승요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비교해 유권자의 관심은 초대에 비해 이번이 떨어졌던 편.
유신 직후 새로운 제도로 주목, 관심을 끌었던 초대에 비해 그후 6년을 실제 경험한 이번 선거에서는 그만큼 관심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경쟁률 저하나 지명인사 출마수가 적어진 것도 이런 현상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투표율이 그만큼 높아진 것은 결국 당국의 계도와 후보들의 치열한 운동 탓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특히 당국이 이번에 유례없이 기권방지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것이 투표율 상승의 큰 원인이 된 것 같다.
일부 야당인사로부터『미성년 학생들과 선거가 무슨 상관이냐』는 말이 나올 만큼 기권방지 「계도」는 관공서·기업체·각급 학교 등을 상대로 집요하게 전개됐다.
근대화·도시화와 투표는 반비례한다는 것이 일반론이지만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투표율이 급상승한 것도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의 경우 초대에 비해 무려 10.8% 「포인트」, 부산 9%「포인트」가 올라간 것은 대부분의 농촌지역보다도 빠른 신장률이다.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높은 투표율은 정부에는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통대」자체가 유신체제의 특징적 제도인 만큼 높은 투표율은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의 높은 참여를 의미하며, 투표 행위의 결과가 반정부·반체제로 연결될 소지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기권도 일종의 의사표시가 된다는 점에서「계도」가 지나쳤다면 흠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당선자의 분포를 보면 현역 대의원의 탈락이 예상외로 많다. 이 현상은 대도시보다 농촌지역에서 더 현저하다. 전북의 예를 보면 1백93명의 당선자(개표미완 10명은 제외)가운데 재선 대의원은 73명으로 출마 대의원 1백39명의 절반정도가 재선됐다.
전직장관·국회의원·재벌총수·인기인 등 지명인들의 대부분이 재선됐으며, 직업별로는 후보 중 많은 숫자를 점했던 상공인·양조장·도정업자 등의 진출이 높다. 선거를 마친 국민의 관심은 이제 누가 당선됐는가 보다는 오히려 새 대의원의 탄생과 2대 국민회의의 구성 및 그에 이어지는 대통령 선거 등 일련의 헌정「스케줄」에 쏠리는 것 같다.
7월 1일부터 임기를 맞는 대의원들이 언제 모여 언제 대통령을 뽑을 것인지, 그 후의 정국은 어떻게 전개될 지… 등등의 문제에 관심이 재빨리 옮겨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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