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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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사회당의 북괴방문단과 북괴 당이 발포한 공동 성명은 한국에 대한 비방과 북괴노선에 대한 맹종으로 가득 차 있다.
평소부터 북괴에 추파를 던져 오던 일본 사회당이고 보면 어느 정도의 소아병적 작태는 탓할 바도 못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그 추태의 도가 너무 지나쳐 차라리 연민의 정마저 갖게 한다.
「아스까따」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일본 사회당 방문단은 한국 정부를 『괴뢰일당』으로 지칭한 반면, 김일성을 『위대한 지도자』로 추켜세우고, 일본 정부에 한일협정의 폐기를 요구하는가 하면 일본에서 주한 미군철수를 위한 대중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르고 있다.
「아스까따」가 공언한 「대중운동」이 어떻게 행동화될는지는 두고 볼 일이나 참으로 무책임하고 주제넘다.
전반적으로 공동성명에 나타난 사회당 대표단의 태도는 친 북괴를 넘어 한국의 내부를 교란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려는 음모에 한몫 끼어든 것으로밖엔 볼 수 없다.
일본 사회당은 얼마 전부터 미일 안보체제의 해소라는 그들의 기본정강을 일부 수정할 의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당이 집권을 하더라도 미일 안보조약을 당장 폐기할 수는 없다는, 이른바 『안보해소 일시보류론』이 바로 그것이다.
비록 이같은 보류론이 인지 사태이후 일본 국민들의 안보인식의 변화에 대한 전술적 영합이라곤 하나, 아뭏든 일본 사회당으로서도 이제는 미·일 안보체제의 해소를 금과옥조로 삼을 시기가 지나갔다고 느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렇게 스스로는 주일 미군에 대한 평가를 바꾸려 하면서 유독 주한미군에 대해서만 북괴의 하수인 노릇을 하려는 것은 일종의 자기기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거기에 더해 한국 정부를 『괴뢰일당』운운하고, 체결된지 12년이 넘는 한일협정을 폐기하라는데 이르러선 분노를 넘어 연민마저 금할 수 없다.
그런 소리를 김일성이가 한다면 자나깨나 하는 소리라 치지도외 할 수도 있겠다. 일본 공산당이 그런 소리를 해도 또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의 제1야당이요, 또 공산당과도 다르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사회당이 그런 작태를 일삼는다면 이는 그들 스스로 공당으로서의 자격을 포기하는 자기 모순이다.
일본 사회당은 언필칭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구조적 공산주의보다는 광의의 자유주의 쪽에 더 가까운 체라도 해야 논리적이 아닌가.
그런 사회당의 처지에서 남·북한의 한쪽은 『절대선』이고, 한쪽은 『절대악』이라는 주장이 가능한 이념적 근거는 무엇인가. 이런 태도는 결국 일본 사회당이 공산당과 다를 바 없는 교조적 완고성을 지니고 있음을 폭로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로써 일본 사회당은 공산당과 다르다고 하는 그들의 이념적 입장의 허구성뿐 아니라 현실 인식 자체의 미숙성마저 드러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2배가 넘는 인구를 유효하게 통치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 더 많은 국가와 국교를 맺고 있다는 현실을 그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반대만을 일삼아 오던 만년 야당 특유의 무책임한 현실인식의 왜곡이기도 하지만, 아뭏든 사회당의 집권능력에 대한 평가를 크게 떨어뜨리게 될 이유인 것만은 틀림없다.
오죽하면 평소 「혁신적」인 편향을 보이던 일본 언론마저 사회당의 태도를 『자주성 없는 무책임한 태도요, 『자승자박의 후환을 남긴 우거』로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일본 사회당의 맹성과 대한노선의 합리적 수정을 촉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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