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욕심 확 줄여라" '버럭' 안정환의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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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정환(38·사진) MBC 해설위원이 ‘미스터 쓴소리’로 떠올랐다. 안 위원은 지난 28일 한국-튀니지 평가전에서 A매치 해설 데뷔전을 치렀다. 0-1로 무기력하게 패한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버럭 해설’로 축구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안 위원은 후반 막판 역습 상황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마음에 안 들자 “늦어요! 늦어요! 늦어요!”라고 호통을 쳤다. “사람보다는 공이 더 빠르다. 드리블보다는 패스를 했어야 했다” “그라운드 안에 감독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대표팀에는 감독이 없다” 등 직설 화법으로 따끔한 지적을 했다. 경기 후 안 위원은 “출정식에서 졌지만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라”며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축구팬들은 ‘안정환이 팬들의 가려운 곳을 속 시원하게 긁어 줬다’ ‘안정환 어록이 탄생했다’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안 위원은 브라질 월드컵 기간에 본지 해설위원으로 활동한다. 지난 1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민감한 대표팀 관련 주제에 “대표팀 선발 원칙은 홍명보 감독이 아니라 우리가 깨고 있다” “의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지키는 것이다” 등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으며 큰 관심을 모았다. 29일 안 위원이 튀니지전에 관해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진수(22·니가타)의 월드컵 출전 꿈이 물거품이 됐다. 지난 6일 J리그 경기에서 다친 오른쪽 발목의 회복이 늦어져서다. 축구협회는 29일 오전 “김진수 대신 박주호(27·마인츠)를 대체 발탁했다”고 발표했다. ‘제2의 이영표’를 꿈꾸던 김진수의 생일은 월드컵 개막일인 6월 13일. 김진수는 가장 마음 아픈 생일을 맞게 됐다. 반면 봉와직염 때문에 23명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던 박주호는 극적으로 월드컵 출전 기회를 잡았다. 현재는 축구화를 신고 공을 다룰 정도로 회복했다. 튀니지와 경기에서 부상당한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는 일주일 후면 운동이 가능하다. [박린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튀니지전은 어떻게 봤나.

 “아쉽지만 괜찮았다. 선수들이 지금 컨디션이 좋을 리 없다. 유럽파 선수들 시즌이 이제 막 끝났다. 박주영(29·아스널)은 실전감각 문제도 있고…. 그런데 선수들 몸이 안 좋은 건 이해하지만 부상을 염려해 몸을 사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버럭 해설’이 화제다.

 “안타까워서 그랬다. 역습 때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선수로 월드컵 출정식을 세 차례 해 봤는데.

 “나도 출정식 때는 몸이 100%가 아니었다. 지금 좋으면 정작 월드컵 본선 때 안 좋다. 다만 국내 마지막 평가전인데…. 대표팀이 아무리 못 해도 그 정도는 아니다. 내가 알고 있던 선수들이 안 보인 것 같아서 아쉬웠다. 물론 부상을 걱정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걸 못 했다. 지금 대표팀은 개개인 욕심이 많은 팀 같다. 빨리 ‘원팀(One Team)’이 돼야 한다.”

 - 2002년 한·일 월드컵을 50일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현재 50%다. 하루에 1%씩 기량을 향상시켜 개막 때 100%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님도 당시 체력훈련을 먼저 실시하다가 나중에 전술훈련을 병행했다.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1%씩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 패배 후 눈물을 쏟은 이천수의 모습을 원하는 팬들도 많다.

 “난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 16강전 후 골든골 넣고 힘들어서 울었다(웃음). 근데 우는 게 최고의 표현방법은 아니다. 난 경기 후 자주 탈진하고, 밥도 못 먹고, 토하기도 했다. 국민이 그런 모습을 원하시는 게 아닐까.”

 - 한국 공격이 튀니지 수비도 못 뚫는데, 월드컵 본선에서 러시아 수비를 뚫을 수 있을까.

 “튀니지전이 다는 아니다. 선수들도 다 생각이 있겠지. 다만 튀니지전처럼 한국 선수들이 너무 수비 뒷공간만 노리면 끊긴다. 제2의 동작이 필요하다. 튀니지전에서는 한국의 공수 밸런스가 깨져 모래알 같은 팀이었다.”

 - 대표팀에 월드컵 경험자가 5명뿐이다. 답답한 경기를 할 때는 누가 해결해 줘야 할까.

 “그런 역할을 해 주라고 노장이 필요한 건데…. 안에서 어려울 때 컨트롤해 주고, 힘을 불어넣어 주고. (박)주영이가 그런 역할을 해 줘야 한다. 곽태휘(33·알힐랄)도 그렇고.”

 - 대표팀이 30일 전지훈련지 마이애미로 떠난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 심리적 컨트롤이 중요하다. 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룸메이트 이을용과 경기 전날 말 한마디도 안 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밥 먹으러 갈 때도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 왼쪽 풀백 김진수가 낙마하고 박주호가 대체 선수로 뽑혔다.

 “진수는 얼마나 아쉽겠나.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상 때문인데. 진수는 어리니까 명심해야 한다. 이걸로 축구 관두는 게 아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힘내라.”

박린·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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