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터에「빌딩」서면 인구 더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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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시가 70년대 중반부터 추진 중인 강북학교의 강남분산 조치는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 즉「학교시설의 지역적 안배」면에서는 일단 성공했지만「도심지 인구집중억제 및 공간조성」면에서는 거의 실패했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
강북학교의 강남이전 현황은 76년2월 경기고교의 이전을 시작으로 16일 현재 휘문중·고교, 보인상고 등이 옮겨갔고 최근에는 서울고, 배재중·고, 덕수상고 등이 각각 H건설·Y실업·C건축 등에 교지를 매각, 이전채비를 서두르는 실정. 마포중·고, 배명고, 신룡산 중과 숙명·정신여고 등도 교지를 팔았거나 팔려고 내놓고 있는 형편.
시 당국은 당초 이들 학교가 이전하면 그 자리에 공원·녹지대 등 도심공간 조성과 운동장·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최대한 확보한다고 밝혀 도심인구분산 효과를 크게 기대했었다.
그러나 막상. 학교가 옮겨간 자리는 대부분 고층「빌딩」부지로 이용돼 인구분산은 커녕 집중을 유발하는 역효과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실정.
그 예로 곧15층짜리 사무실용 건물이 들어서게 될 전 휘문중·고교자리의 경우 지금까지는 가방만 든 학생 3천5백여명이 오갔으나「빌딩」이 세워진 뒤엔 이에 못지 않은 많은 회사임·직원들이 자동차를 몰고 들락거려 도심교통의 혼잡도는 오히려 가중될 전망. 시 당국은 당초 이 자리의 건물고도를 10층 이하로 제한할 계획이었으나 규제에도 한계가 있어 34층을 주장하는 H건설측과 1년6개월 동안의 입씨름 끝에 간신히 15층으로 합의를 보았다고.
또 지난11일 1백10억원에 H건설에 매각된 서울고 부지도 총2만9천8백평 중 시 당국이 1만령을. 공원용지로, 1천여평을 경희궁 복원부지로 각각 묶었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사무실용 건물 신축을 허가한다는 구두승인을 해 주어 역시 도심인구 소산에는 역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 당국자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이들 학교부지를 정부당국에서 매입하지 않는 한 사유재산권을 무리하게 규제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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