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일로의 「그룹」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60년대이래 우후죽순격으로 발족됐던 미술계의 「그룹」운동은 금년 봄 들어 현저히 와해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대표적 동인전들이 겉으로는 잠잠한 것 같으나 내면적으로는 멀지않아 변질되거나 자연 소멸될 요소를 다분히 품고 있다.
우선 기존 동인회가 마련했던 공모전은 점차 중단되는 실정. 뿐더러 회원들 자신도 회전에 대한 출품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이러한 「그룹」전이 성행된 것은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작품 발표의 기회를 마련하자는데 주목적이 있었다.
그것은 국전이나 미협 같은데서 실력 행사를 하는데 도움이 됐고 또 공모전은 「그룹」의 세력 확장에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근자 화랑가의 움직임은 그런 결과의 요청들이 점차 불필요해지고 있다. 관람객들은 이제 종래의 「그룹」전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개인전 쪽에 훨씬 집중되는 경향이다.
전람회 작품의 판매 실적을 보면 더욱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사설 화랑에서는 단체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지난 수년동안 각종 동인전과 다수 초대전이 범람했다. 어디까지가 정말 동인인지 분별 안될 정도였다. 10인, 20인의 화랑초대전이며 임기응변적인 동향전·동문전·중견작가전 등이 연중 계속되다 보니 온통 혼란이 일어났고 본연의 동인전이 무색해져 버린 것이다.
「그룹」에서 만든 공모전은 신문사들이 베푸는 규모 큰 행사 때문에 이제는 옹색하게 지속할 수 없다는 실토. 한동안 미술계를 움직여온 「섹트」운동도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
아직 「그룹」운동이 절실한 층이라면 미술계에 미처 발붙이지 못한 신인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