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서도 거국다운 면모 인도인 2천만이 무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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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도만큼 실업자로 골머리를 앓는 나라도 그리 흔치 않다.
일자리가 없어 빈들거리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정확히 파악조차 하기 힘든 인도는 과연 실업률에 관해서도 거국다운 면모를 보인다고나 할까.
최근 「뉴델리」의 어느 관청에서 말단 직원 한사람을 모집한다고 지상에 광고를 낸 일이 있다.
결코 높지 않은 임금의 이 자리에 취직하려고 몰려든 실업자군이 자그마치 1만여명. 취직경쟁률 사상 아마도 전대미문의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일거리가 없는 시골 사람들이 때를 지어 도시 거리를 방황하는가 하면 구걸로 생계를 잇는다.
작년 「인디라·간디」정권이 붕괴된 원인 중에는 실업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지적되듯이 실업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현재 인도 정부가 줄잡아 어림하는 실직자는 자그마치 2천1백만여명.
웬만한 나라의 인구와 맞먹는 이들 실업자 가운데 1천7백만명이 농촌에서, 4백만명이 도시에서 일거리 없이 허송 세월하고 있는 것으로 추계 되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추산일 뿐 매년 증가 추세의 인구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도 엄청나게 많다는 얘기다.
거기다 70만명을 헤아리는 학사 실업자들의 취업문제는 더욱 큰 고민거리―.
이래서 고용 증대가 불가피한 인도는 집권 1년의 「데사이」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6차5개년 계획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들은 인도 정부가 이 계획이 끝나는 1983년까지 무려 4천9백만명에게 취업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어 기대에 부풀어 있다.
「데사이」정부가 운명을 걸다시피 한 제6차 5개년 계획은 소요되는 자금만도 미화로 1천4백70억「달러」.
우선 농촌의 소규모 산업시설을 확장함으로써 취업 문호를 확대, 이농인구를 역유입 시키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인구 정책수립가들은 고용 증대에 병행해서 인구 성장률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상 인도의 실업자 문제는 획기적인 출생률 저하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두고두고 숙제로 남을 것 같다. 【싱가포르=이창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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