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고 동독인 탈출을 돕는다 서독서 「망명회사」성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 서독은 지구상에서 서독에만 존재해 있는 이른바 「망명회사」때문에 안팎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망명회사」라면 돈을 받고 동독인의 서독 탈출을 돕는 이색 직업. 그동안 모르는 체 눈감아 온 서독 정부는 동독 및 미·영·불 3개국의 압력 때문에 이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어 고민이다.
이들 「망명회사」들은 동독 사람들을 서독이나 서「베를린」까지 탈출시킨 후 약정금을 받아내는게 주요 임무. 그러나 삼엄한 국경선을 돌파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감옥행도 각오해야 하는 위험한 「사업」이다.
이들의 활동무대는 주로 서독과 서「베를린」을 왕래하는 「서독인 전용 차량 통행로」이며 활동시간은 차량 통행이 비교적 적은 한밤중.
탈출 희망자들은 「통행로」의 어느 으슥한 지점에 숨어 있다가 「망명회사」 행동대원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재빨리 편승, 좌석 밑이나 「트렁크」또는 화물간에 숨어서 경비망을 뚫는게 정석. 그 가운데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화물차량.
현재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비밀리에 영업중인 「망명회사」만도 부지기수이며 요금은 1인당 6천∼1만「마르크」 (한화 약 1백38만∼2백30만원). 72년 6월 「통행협정」의 체결 후 매월 수백명씩 국경을 넘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사업」자체가 번창 일로인데다가 약정금에 대한 시비가 종종 서독 법정까지 번지고 있어 동독 당국이 모를리 없어 72년 이후 동독이 체포한 행동대원 및 탈출 희망자만도 5백여명―.
그렇다 해도 연간 4억「마르크」(9백20억원)의 통행료를 받는다는 것 이외에 하루 2만대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차량들이 통행하고 있어 동독 측으로서도 철저한 방지는 어려운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 아래 금년초부터 이들의 활동이 점차 활발해지자 동독은 「통행로」를 무차별 검색하면서 지난 2월초 「비슈네프스키」 서독 특사에게 엄중 항의, 「망명회사」의 돈벌이를 서독 문제의 새로운 분쟁점으로 부각시키기에 이르렀다. 【본=이근량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