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정문 지켜 36년|경기도청수위장 이봉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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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보내는 사람도 떠나는 이도 석별의 정이 못내 아쉬워 잡은 손을 놓을 줄 몰랐다.
36년2개월 동안 경기도청과 함께 살아온 수위장 이봉수씨(60)의 정년 퇴임식이 베풀어진 3일-.
30여명의 도청여자 합창단이 부르는 『고향의 봄』이 흐르는 가운데 이 수위장은 이날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강당 단상 한 가운데에 앉았다. 36년동안 한번도 안지 못했던 단상의 이 수위장은 감회가 깊었다.
단하에는 그가 거느리던 20여명의 수위와 남녀청소부들이 이날만은 새 옷에 「와이셔츠」를 입고 참석했고 장종량 내무국장을 비롯한 8백여 직원들이 떠나는 그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저녁 인자한 웃음을 띠고 거수경례를 하시던 그 모습은 비록 자리를 떠나셔도 우리들 눈앞에 살아있을 것입니다…』한 수위가 송사를 읽어 내려갈 때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경기도의 모든 공무원이 도지사는 몰라도 이 수의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
이 수위장은 1942년 고용원으로 경기도청에 일자리릍 얻은 이래 일본인 도지사 3명과 19명의 지사 등 22명을 모셨다. 36년을 일해왔어도 봉급은 10만5백원. 이것저것 제하고 손에 잡히는 것은 불과 8만여원. 그러나 불평 한마디 없이 그는 양심과 책임·성실로 일해왔다.
도청이 수원으로 이전하기 전 중앙청 앞에 있을 때는 밤중에 순시 중 침입한 4명의 도둑과 격투, 어깨에 자상을 입으면서 검거한 적도 있다. 1·4후퇴 때는 가족보다 중요서류를 짊어지고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수복 후 무사히 서울로 옮겼고 수복이 되자 제일 먼저 도청, 사무실을 청소하고 운동장에 자란 잡초를 뽑았다. 그동안 받은 표창은 내무부 장관을 비롯. 지사표창 등 4회.
식장을 떠나 도청정문을 나설 때까지 그는 그동안 정들었던 청사며 울타리·국기게양대 등 하나하나에 눈을 두고 떠날 줄 몰랐다. 【수원=김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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