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수갑, 등·머리·발엔 탄량이|「모로」전이수상 피살체 발견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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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로마9일AP합동】「이탈리아」극좌「테러」조직「붉은 여단」의「알도·모로」전 수상 납치 살해극은「로마」도심, 「모로」씨가 당수로 이끌어온 기민당의 당사 부근에 버려진「르노」자동차 뒷좌석에서 종결되었다.
9일 습기와 구름이 낀 이날 정오가 조금 지난 후「로마」면허판을 단「르노」자동차는 공산당사가 있는「비아·넬레·보테체·오스쿠레」가와 유대지구로 알려진「비아·데이·후나리」가를 연결하는「비아·미켈란젤로·카타니」거리에 버려져 있었다.
경찰은 이 차안에 폭탄이 장치되었다는 익명의 정보제공이 있은 후 현장으로 달려갔으나 자동차안에는 폭탄 대신 54일전까지만 해도「이탈리아」차기 대통령으로 예상되었던 전후「이탈리아」최고정치인「모로」씨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턱수염이 자란 채 담요에 싸인, 이 시체는 쓰레기장으로 쓰여온 이곳의 자동차 뒷좌석에 버려져 있었다.
소식은 불길처럼 삽시간에 퍼졌고「사이렌」이 울렸고 군중들은 점심식사를 중단하고 현장으로 몰려왔으며 경찰은 이 지역을 봉쇄하고 기자들과 울부짖는 군중들의 접근을 막았다.
한 가정주부는『그들은 암살자들이다. 총살형을 내려야 한다』고 부르짖었으며 한 남자는 범인들을 응징하기 위해 2차대전 후 폐기된 사형제도의 부활을 주장했다.「사이렌」소리와 군중은 점점 불어났고「비아·미켈란젤로·카에타니」및「피아자·델·게수」거리를 메웠다.
남녀노소의 이 군중들은 일부는 인근교회로 달려갔으며 아무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모로」씨의 시체가 자동차에서 꺼내어져 들것에 실려질 때까지도 이 시체가「모로」의 시체가 아닐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있었다.
기관단총을 든「로마」경찰은 돌같이 굳은 얼굴로 침묵을 지킴으로써 군중들의 이러한 의문에 대답을 대신했는데 이 시체는 등과 머리, 그리고 발에 총탄을 맞고 손에 수갑이 차인 채 죽어간「모로」전 수상의 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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