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방문 외교와 한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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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l∼2년 사이 있었던 미국과 중공의 정권 교체로 말미암아 국제 외교 무대엔 한동안 상대적 소강기가 찾아 들었었다. 그러던 것이 금년 4∼5월을 고비로 미·소·일·중공·서구 등 세력 사이의 정상급 대외 활동이 또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금 현재로 「먼데일」 미국 부통령이 동남아를, 「후꾸다」 일본상이 미국을 방문중에 있으며, 「브레즈네프」가 서독을 방문하고 있는 동안 화국봉이 평양을 방문했다.
5월 후반기에는 다시 「브레진스키」 보좌관이 북경·동경·서울을 순방하며 그 뒤를 이어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가 잇달아 북경·평양을 들를 예정이라 한다.
이중 「후꾸다」·화·「차우셰스쿠」·「브레진스키」의 외유는 당사자간 문제 외에 한반도 문제와도 유관한 것으로 보이며「먼데일」순방은 태평양 국가로 존속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반영하는데 반해「브레즈네프」의 서독 방문은 「프랑스」-중공의 접근과 대조를 이루고 있어 주목된다.
이 몇 갈래의 공통 분모를 다시 일괄해서 정리해 본다면, 문제는 미국의「아시아」 정책, 중·소 대립, 「한반도」논의 등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가 있을 것 같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란 측면에서 볼 때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비롯한 「카터」행정부의 신 「아시아」 군사·외교 전략은 최근 심각한 장애 요소에 부닥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카터」 대통령의 「지상군 개입 축소」구상은 사실 논리상 공산 측의 상응한 정치적 양보와 「데탕트」에의 호응이 후속 돼야만 의미가 있는 것인데 북괴와 소·중공은 그 점에 관해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긍정적 행동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내와 일본·동남아 등 우방 사이에선 「카터」의 일방적 철군 계획의 위험성에 대한 강력한 반론이 점증했으며 「후꾸다」 방미주제 가운데 하나 역시 그 점에 관한 해명 요구에 있다고 알려졌다. 「먼데일」 부통령의 동남아 순방은 이를테면 그런 반론과 의구심에 대한 일종의 진정 외교라 볼 수 있겠다.
중·소 분쟁이나 미·소 관계의 측면에서 볼 때 「브레즈네프」의 서독 방문과, 「브레진스키」의 중공 방문 및 화국봉의 북괴 방문은 상호 대립적인 현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특히 「브레즈네프」의 서독 방문이 불러올 양측간의 장기 경제 협력 계획은 북경이나 「워싱턴」에 대해 다같이 도전적인 경계 대상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공으로서는 제2의 제휴 대상인 서구가 소련과 접근하는 것을 탐탁하게 볼 리 없으며「카터」 행정부로서도 서구가 「카터」식 대소 전략을 이탈하여 「키신저」 식 「데탕트」로 복귀하는 것을 유쾌하게 생각할 까닭은 없는 것이다. 이점에 있어 「카터」·「브레진스키」의 새로운 외교 전략과 중공의 반소 통일 전선론은 적잖은 시행착오에 부닥친 셈이나「브레진스키」의 북경 방문과 화의 북괴 방문으로 어느 정도의 상살가 이루어질 요인이 없진 않다.
한반도 문제의 측면에선 『무언가 우리 주변에서 암류 하고 있는 듯한』 심증을 던져주고 있다. 「티토」가 미·북괴 직접 회담을 제의한데 대해 미국이 미·한·북괴 3자 회담을 거론했고, 이에 대해 「브레진스키」·화국봉·「차우셰스쿠」 사이엔 연쇄적인 상호 의견 절충이 모색될 것 같은 기후이며 그 결과가 서울과 평양에 계속 조회될 것으로 보인다.
거시적으로 볼 때 미·중공·「루마니아」는 대소 공동 방어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상 안정을 위해 공통의 관심을 경주할 소지가 없진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공·「루마니아」가 교조적인 북괴의 한국 고립화 전략을 수정케 한다거나 미국이 한국에 대해 남북 대화에 우선한 3자 회담 방식을 강요한다거나 하는 사태는 오기 어렵다 하겠다.
그리고 그러는 가운데 미국은 또다시 선거철을 맞이하여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나 한반도 정책은 또 한번의 정치적 논란과 재조정을 받게될 가능성이 생겨날 것이다. 복잡하게 회전하는 국제 정치의 와중에서 배전의 주체성과 세련성을 발휘해 나가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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