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 『십오야』-오락성 철저히 살렸으면|MBC『당신』-별 내용 없이 오래 끄는 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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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방송은 시청자를 위해 있고 방송「프로」는 시청자를 위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만 방송이 과연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일까 하는 반문이 번번이 고개를 쳐든다. 모든 「프로」가 모든 시청자에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방송의 공익성을 논하기 이전에 방송국이 적잖은 수익을 올리고있는 이상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는 그 돈을 부담하고 있는 시청자를 위해 더욱 정성껏 봉사해야 마땅하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프로」의 제작비를 현재 수준보다 훨씬 높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좋은「결실」은 좋은 「도양」에서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TV연속극의 경우 작가는 좋은 「드라마」를 쓰겠다는 의식보다는 어떻게든 「드라마」를 오래 끌고 가야겠다는「타산」이 앞선다든가 「톱·탤런트」는 하룻저녁에 두세 「프로」겹치기 출연한다는 등의 고질적인 병폐도 그런「토양」이 마련되지 않은데서 비롯된 「기형」이 아닐까 싶다.
TBC의 연속사극『십오야』(밤8시20분)는 당초부터 재미있는 오락사극을 겨냥한 「프로」인 것 같은데 과연 재미있는 사극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재미」라는 말은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 시청자의 연령·성별·직업·지성 등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건전한 오락」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MBC의 매일연속극 『당신』(밤9시35분)은 이렇다할 내용도 없는 「드라마」인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냥 이어나가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어진다. 「말재주」만으로 「끌기 작전」을 펴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소치라고 비판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시청자는 항상「새로운 것」을 원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줄 안다. <정일몽-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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