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하의 여론읽기] 숨은 보수표 결집하나 … 선거 막판 최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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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승부수였던 안대희 카드가 불발로 끝나면서 여권에 악재가 쌓이고 있다.

 과연 6·4 지방선거에 안대희 낙마 사태는 어떤 영향을 줄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무당파층이 줄어드는 건 선거철의 일반적 현상이다. 6·4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주간 정례조사에 따르면 최근 3주간 무당파층 비율은 31.1%(5월 1주) → 25.4%(2주) → 21.4%(3주)로 급격히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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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지방선거는 여당 지지층보다 야당 지지층의 조기 결집 현상이 두드러진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난 4주간 새누리당 지지율은 43.5%(4월 5주) → 38.1%(5월 1주) → 42.4%(2주) → 42.2%(3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23.9% → 25.6% → 27.7% → 30.4%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무당파층에 숨어 있던 잠재적 야당 지지층이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속속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성된 대대적인 정부 비판 분위기 때문에 위축돼 있던 여당 지지층도 뒤늦게 뭉치기 시작했지만 응집력에선 아직 야당 지지층에 못 미친다.

 22~26일 실시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에서 새누리당 지지층의 후보 지지율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 77.3%,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 12.2%였다. 21일 조사 때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정 후보 지지율이 75.9%, 박 후보 지지율이 17.0%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당 지지층도 결집할 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부산의 경우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의 지지율이 64.5%(중앙일보 20일 조사) → 69.3%(22~24일)로 오르고,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지지율은 21.2% → 17.6%로 빠지면서 전체 지지율이 38.0%(서) 대 38.0%(오)에서 42.5%(서) 대 32.6%(오)로 달라졌다.

 그럼에도 야권 지지층의 응집력엔 못 미친다. 새정치연합 지지층(22~26일 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93.1%였고 정 후보는 3.0%에 불과했다. 이런 야권의 응집력은 2012년 대선 때와 맞먹는 것이다. 반면 여권 지지층은 그렇지 못하다.

 이 말은 여권 지지층의 추가 결집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은 선거기간 동안 새누리당 후보들이 ‘집토끼’를 얼마만큼 더 끌어모을 수 있느냐가 접전 지역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막판에 전국적으로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것도 ‘집토끼’를 끌어내려는 전략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대희 낙마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선거 땐 악재가 악재로만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1992년 12월 11일 대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초원복집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부 기관장들이 민자당 김영삼(YS) 후보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논의한 것이 도청에 의해 드러났다.

YS에겐 대형 악재였으나 오히려 위기감을 고조시켜 지지층 결집현상이 일어나 선거에서 승리했다.

 2012년 대선 하루 전 당시 정몽준 의원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도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이 점을 새정치연합도 모르지 않는다. 박원순 후보 측 관계자는 28일 “여론조사에선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세월호 국면에서 보수층이 목소리를 숨기고 있어 뚜껑을 열어 보면 두 자릿수 격차는 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숨은 보수표’의 등장 가능성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도 “현재 무응답층을 재분류해 판별하면 보수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전했다. 다만 선거가 6일밖에 남지 않아 보수층의 막판 응집이 판세를 뒤바꿀 수준까지 될지는 미지수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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