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주포럼] "선진국 환상 버려야 선진국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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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주포럼’ 첫날 특별 세션에선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자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의 저자인 다니엘 튜더(사진)가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불가사의한 나라:새로운 아시아 사례와 한국의 역할’이란 주제 발표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의 변화와 발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끔찍한 비극인 세월호 사건에 대해 부끄럽다고 얘기하는 한국인이 있다”며 “한국과 외국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한국인들을 보며 서글픔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한국인들은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남과 비교하는 저주에 빠져버렸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선진적 측면을 가진 나라가 있을 뿐 절대적 선진국이란 없다”며 “한국인들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튜더는 “이는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성과를 내면서 ‘왜’라고 질문하지 않은 결과”라며 세월호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가 성찰해야 할 것들을 짚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탈·불법과 서로 얽힌 규제 당국과 규제 대상, 약한 징계와 처벌, 리더십의 부재와 무능 등 참사를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병폐를 지적했다. 그는 “더 많이 분노하되 안전을 위해 법을 바꾸고 제대로 집행하는 데 분노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튜더는 “한국인들은 빠른 해답을 기대하는데 스스로를 믿고 남의 말을 너무 많이 듣지 말라”며 “이른바 선진국 담론을 버릴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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