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진흥공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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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중동 「붐」과 가격경기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지만 점차 심각해 가는 중소기업문제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경제가 발전하고 중화학공업화가 이룩될수록 중소기업은 더욱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건실하고 효율적인 중소기업 층의 뒷받침 없이는 경제의 고도화와 원활한 운용은 불가능하다고도 할 수 있다. 대기업이라는 큰 바퀴도 무수한 중소기업의 톱니바퀴 없이는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부가가치 면에선 별로 크지 않으나 기업체 수나 고용 면에선 압도적 비중을 점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문제를 단지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가름해선 안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에 파견됐던 중소기업 육성제도 조사단이 27일 무역 확대회의에서 건의한 내용은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동조사단은 일본경제의 균형발전은 중소기업의 근대화에 힘입은바 크다고 전제하고 ,한국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육성시책의 실시를 건의했다.
건의 중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특별기금창설·근대화촉진법 제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 중소기업육성에 대한 정책지원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도 명목적으로는 여러 지원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금융기관은 대출의 30%이상을 중소기업 자금으로 돌려야하며, 납품대전의 지불지연, 중소기업분야의 대기업 침투 등이 제도적으로 금지되어있다.
그러나 실제운용은 제도가 존중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정책당국이 중소기업문제에 별 정책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판단된다.
중소기업은 본래부터 기업활동에서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면이 많다.
금융·세제·각종 인허가 등에서 기회균등이 되어있지 않다.
우선 금융긴축이 강행되면 가장 먼저 압박을 받는 부문은 중소기업이다. 큰 덩어리의 공책대출을 위해서 무수한 중소기업대출이 희생되는 사례가 많다.
최근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많이 흡수, 합병되는 것도 금융지원 불균형에 의한 자금회전의 곤란에 영향 된바 클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자금곤란은 대기업보다 훨씬 심각하다.
해외부문과 정책금융이 대출의 주「채널」이기 때문에 내수가 중심인 중소기업은 제도적으로 자금압박을 받게 되어있다.
따라서 은행 자금 순환의 「채널」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년 중소기업 특별자금한도 2천2백50억원 중 3월말까지 20%만 대출되었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출부진은 자금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출을 안해 줬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다른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금융지원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이는 금융뿐 아니라 각종 행정지원·인허가 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태는 결국 정책기조가 고도성장이나 경제적 효율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사회적 균형과 안정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중소기업에 대한 상대적 푸대접은 시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육성은 중소기업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일신하는 것이 선결문제다. 그 다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마련되어 있는 제도적 장치만 충분히 가동되어도 중소기업들이 이토록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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