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순간 사진을 입수하라 일본신문·방송 ,KAL기 관계사진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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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포의 순간을 잡은 사진을 입수하라』KAL기 사건관계사진을 입수하기 위해 일본의 각 신문·방송에서는 24일 밤 때아닌 「심야의 사진쟁탈전」을 벌였다.
일본인 승객48명 중 『동토의 악몽』을 사진에 담은 승객은 사진학교 학생인「미또·히데가즈」(20)·프리·카메라맨 「고이즈미·마사노리」(27)·「카메라」점을 경영하는 사진사「오오마니·요시오」(50)씨 등 3명. 이중 가장 장삿속에 밝은 「오오따니」씨가 맨 먼저 지목 받아 2백여명의 일본보도진들이 모두「오오따니」씨에게 매달렸으나 이미 오오따니씨는 NHK방송에 『KAL기 날개너머보이는 소련전투기』사진 1장을 건네준 뒤였고 NHK가 저녁7시 「뉴스」에 이를 보도한 후 비로소 각 신문에 공평히 한 장씩 배부했다.
『NHK에만 먼저 준 이유는 뭔가』『아, 거기엔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한 장은 미끼였는지도 모른다. A사의 민첩한 사진기자 한사람이 보도진들의 포위망이 해제되자 즉각 그에게 다른 사진교섭을 벌였으나 사진 값 차이 때문에 결렬됐다는 후문
사진 값은 정해진 것이 없고 그때그때「밸류」(가치)에 따라 결정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한 「세트」(대체로5∼6장) 당1백만 「엔」이상에 거래되었으리라는 소문이다.
이 같은 사진을 입수한 회사에서는 다시 복사하여 1장에 수천 엔」내지 최고 4만「엔」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24일 밤의 「사진쟁탈전」에서 수훈을 세운 신문사는「마이니찌」신문. 『승객 한 명이 찍은』이라는 설명을 붙여 24일자 조간1면에 실은 사진은 역시 압권이었다는 평가다. 왼쪽에 KAL기의 주익 ,오른쪽에는 소련전투기 「수호이」(SU-15)지상모습도 선명하다 아마도 「프리·카메라맨」인 「고이즈미」씨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산께이」신문도 사진학교학생 「미또」씨의 사진 6장을 실어 타지를 놀라게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공동통신제공으로 내보낸 NTV방송 「미또」씨의 사진을 TV화면에서 다시 촬영, 허둥지둥 신문에 실었다.
「아사히」(조일)신문은 KAL기에 접근하는 소련전투기의 모습을 담은 사진 1장만 게재, 여러 장의 사진을 입수한 「마이니찌」신문이나「산께이」신문에 사진경쟁에서 참패를 당했다. 【동경=김두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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