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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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초·중·고생들의 독서생활을 보다 체계 있게 지도하기 위한 학교독서체제가 서울시 교위당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시교위당국은 이를 위해 각급 학교별로 우량도서 20권씩을 선정 1주1시간씩 일제 독서시간을 갖고 학생들로 하여금 이 책들을 반드시 읽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으로, 이는 요컨대 독서지도를 정규교과활동의 일환으로 추진케 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은 교육의 당연한 과제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실리도 겸할 수 있다.
특히 초. 중 고교 때처럼 어린 시절의 독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고 다채로운 감동을 경험케 하여 정신발육에 큰 도움을 줌은 물론, 성장해 가면서 왕성한 지식욕을 키워나가는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더우기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학교교육 자체가 폭넓은 교양의 배양이나 인격형성 등 근본적인 문제와는 멀리 떨어져 맴돌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독서는 학교교육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인간교육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하겠다
이렇게 볼 때 독서교육은 학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가정에서도 좀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독서교육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만 하는 것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는 없다. 타율적 지시에 의한 독서교육은 자칫 학생들에게 부담만 주고 오히려 책을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독서지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나 가정에서 책을 읽는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주어야 한다.
가정에서는 하루에 한번쯤이라도 TV를 끄고, 부모와 어린이가 모두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 등 어릴 때부터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데는 부모보다 더 이상 좋은 스승이 없다. 어른이 책을 읽는 것을 보면 어린이들도 이를 따르게 마련이다.
학교에서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의무적으로 책을 읽게 하고 독후감을 쓰게 하기보다는 책의「재미」와「유익함」을 저절로 체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여 독서의 역량과 바탕을 지니게 하고 책에 대한 선별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좋은 책을 싼값에 사볼 수 있도록 도서 공급체제의 개선이 수반돼야한다.
최근 학생 및 아동도서는 태반이 수 만원씩 홋가하는 호화판 전집류로 웬만한 가정의 학생들은 엄두도 못 낼만큼 값이 비싸다. 이들은 거의가 10권 이상 최고 1백권까지의 전집들로서 내용보다는 부모들의 허영심을 겨냥해서 출간되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겉모양만 화려하고 내용은 공허한 전집류 대신 역량 있는 국내작가들의 건전한 단행본이나 해외명작이 낱권으로 팔리는 출판풍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국민학교 저학년 아동들에게는 값싼 원고료로 무책임하게 2중3중으로 우려먹는 번역한 것보다는 처음부터 아름답게 순화된 우리말로 씌어진 국내 저명 작가들의 책을 권장하는 것이 어린이 국어교육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올바른 독서권장을 위해서는 이처럼 학교·가정·출판계의 3자가 다같이 관심을 갖고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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