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보호도 중요하지만 총격은 지나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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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런던=장두성특파원】영국의 대부분의 신문들은 24일 KAL기 사건을 1면 머리 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데일리·텔리그래프」지는 24일 『「무르만스크」상공에서의 만행』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1백여명의 승객이 탄 민간여객기에 총격을 가한 소련측의 비인간적 행동』을 규탄했다.
「데일리·텔리그래프」지는 『소련측이 아무리 안보에 편집광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무르만스크」부근의 군사시설이 아무리 예민한 것이라 할지라도 1백10명이 탑승한 민간여객기에 발포하여 강제 착륙시킨 행동은 결코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소련의 사격명령은 고질적 의심·무자비·인명경시로 결합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속성들이 한 수용소에서 말썽을 부려도 곤란할텐데 하물며 한 핵강대국의 지도자들간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몸서리쳐지는 일이다.』
한편「메일」지는 이와는 좀 다른 논조로 『항로를 이탈한 민항기가 소련의 군사시설이 있는 「무르만스크」근처 상공까지 깊숙이 들어갔다』면서 소련「미그」기들은 『「체크」할 시간적 여유 없이 이 여객기를 즉각 공중에서 요격했다』고 말했다.
【헬싱키=주섭일특파원】「프랑스」·「핀란드」·「스웨덴」 등 서구의 언론들은 소련공군기에 의한 민간여객기의 피격사건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24일 서구의 조·석간지들은 거의 모두 1면 머리기사로 KAL기 사건을 다루고 방향을 잃은 민간여객기에 대해 소련이 전투기를 발진시켜 총격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스와르」지는 『KAL여객기임이 밝혀졌음에도 소련은 위에서 총격을 가했다』는 전단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소련은 국제항공주파수교신에 결코 응답한 일이 없다. 소련 정부는 민간항공기, 특히 정기노선의 여객기를 격추하려했던 책임을 져야한다. 이것은 중대한 사태이며 이 견해는 모든 세계민간·조종사들의 일치된 견해다』고 말한 「에어·프랑스」기 조종사 「부쇼」기장의 항의문을 실었다. 「부쇼」기장은 KAL기의 실종 시간에 「에어·프랑스」902기를 조종하고 동일상공에 있다가 「앵커리지」에 도착, KAL기 수색작전에 참가했었다.
「르·몽드」지는 제5면「유럽」난 머리기사로 다루고 『한국「보잉」의 영공침범은 항법상의 과오가 원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간유력지인「르·피가로」지는『한국의「보잉」기,「파일러트」와 항법사가 소련에 억류됐다』는 제목으로 1면 가운데 머리기사로 다루고 『살인자』 라는 제목의 「로베르·라콩트르」의 기명기사에서『「데탕트」의「챔피언」인 소련지도자들은 소련영을 보호한다는 구실아래「미그」전투기 조종사들에게 길 잃은 민간항공기를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살인을 선택하도록 한 책임을 졌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스벤스타·다그블라데트」지와 「다겐·니헤테르」지도 1면 머리기사로 이 사건을 다루면서 『두 승무원이 소련에 억류됐다』는 제목으로 2∼3면을 할애, 이 사건을 보도했다.
또 「헬싱키」의 두 석간지 「헬싱엔·사노마트」와 「수오미·사느마트」 등 모든 신문들이 일제히 1면 머리기사 또는 큰 기사로 대서특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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