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매달려 봉사 20년|20년 근속 표창 받은 대구의 전수공 손태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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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이상협 기자】20년을 하루같이 전선주에 매달려 살아왔다. 전수공 손태림씨(50·대구 신암 전신전화국).
23회 체신의 날인 22일 손씨에게 20년 근속 표창이 주어졌다.
손씨가 체신공무원으로 첫발을 디딘 것은 57년 7월. 왜관우체국 전공으로 출발, 경산군 울릉도 우체국, 포항·동대구 전화국 등 경북도내의 야산과 논 가운데 서있는 전신주에 손씨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손씨의 형 태민씨(52·대구 전신전화국 선로과 전담계장)도 채신공무원 생활 23년으로 작년 녹조근조훈장을 받았고 동생 태대씨는 27세 때인 69년 9월 동대구 전신전화국에 근무 중 전신주위에서 감전사고를 만나 순직하는 등 4형제 중 3형제가 체신공무원.
67년 울릉도에 근무할 때는 도동 큰 고개 전신주 수리를 나갔다가 큰 눈을 만나 눈 속에 빠져 12시간만에 살아난 일도 있었다는 것.
손씨의 일과는 상오 7시30분부터 시작된다. 하루 평균 15건의 전화 고장수리를 나가고 전신주 가실·「케이블」작업·전화선 가설 등 하오 10시 하루의 일이 끝나고 나면 온 몸은 솜처럼 꺼져온다고 했다.
지난 20년 동안 그가 세운 전신주는 모두 5만개.
특히 작년 신암 전신전화국이 새로 개국되면서 8개월 동안에 신규가입전화 7천 회선 중 6천5백 회선을 자신이 해냈을 때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손씨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허위신곡 하루 평균 1백50∼2백건의 고장신고가 접수되지만 수리를 필요로 하는 것은 불과 15건. 대부분이 수화기를 잘못 놓았거나 「코드」를 빼놓은 채 제3자가 신고하는 것이란다.
그의 한달 봉급은 20만원. 이 때문에 고참전공들은 해외 취업 등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 시간당 수당 90원이라도 좀더 인상해주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정년까지, 남은 7년을 힘껏 성실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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