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화 개인전 갖는 김영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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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년 넘어 두 가지 주제와 씨름하고 있군요. 「향」이 서정적인 시를 쓰는 마음이라면 「인척」은 커다란 「파노라마」로 엮고 싶은 민족의 서정시입니다.』
그 두 주제를 가지고 김영덕씨가 첫 유화전을 연다(20∼26일·관훈동 선화랑). 그는 부산에서의 청맥동인전 이래 현재의 구상전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그룹」활동을 해 오면서 처음 개인전을 마련했다.
『오늘의 사조가 쫓기듯 변화만 꾀하려는데는 가담하고 싶지 않습니다. 끈질기게 안으로 심화하고 싶고 내재적 움직임 속에서 우리 본연의 특질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일련의 작품 「향」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반추하고 걸러서 재구성한 풍토라는 설명이다. 화폭의 메마르고 거슬거슬한 「마티에르」는 유성 안료에서 기름기를 걸러 냄으로써 얻어진 담박한 효과. 어쩌면 그가 태어난 충남 서산지방의 꿈꾸는 듯한 구릉들이다.
48세의 김씨는 고집스럽게 돌아앉아 화실에 묻혀 사는 작가. 국전도 외면하고 부산에선 한때 교편을 잡았지만 59년 서울로 옮겨온 뒤로는 몇몇 초대전과 동인전에만 선보일 정도였다.
『우리 나라의 전래 가면에는 민속의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그 하나 하나의 표정을 살펴보면 제각기 그 나름의 역사와 사연을 간직하고 있거든요.
물론 그것을 화폭에 옮겨 역사의식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겠지만 오랜 시일을 두고 「인척」의 연작을 완성 시켜 보려 합니다.』
그가 이번 출품하는 절정 가운데 「인척」 작품은 3점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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