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줄 이은 관광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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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비행기 타고 관광 가는 농촌 아낙네-.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그러나 농촌에「그룹」관광이 일종의「붐」처럼 되어지면서 그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게 되었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 지등 마을 사람들도 작년가율 20여명이 단체로 비행기 타고 제주관광에 나섰었다. 1인당 예산은 평균 3, 4만원이었다. 이들은 광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2박3일의 여정을 즐겼다.
실감나지 않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작년 가을 광주∼제주간 KAL여객기는 이런 「그룹」관광「붐」으로 두달 전에 예약이 끝나 있었다고 한다. 이「그룹」관광객가운데 상당수가 전남북 지역의 농촌주민이었다는 뒷 얘기다.
비행기를 이용한 관광은 물론 전체적으로 봐서 아직 그렇게 큰 부분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는 관광「버스」를 이용한다. 지등 마을에서도 작년 4월에 자유의 다리와 국회의사당에 1일「코스」관광을 다녀왔다. 전남 곡성군 석곡면 봉암 마을 사람들도 매년 봄·가을에 단체관광을 떠난다. 작년 가을에도 단풍관광 계를 들어 서울·용인·설악산을 돌아왔다.
충남 대덕군 진잠면 학하리 2구 주민들도 지난 2일 관광「버스」를 전세 내서 여수 오동도를 관광했다.
이 마을의 윤석봉씨(54)는 『농촌사람들이 관광을 즐기는 것은 소득이 높아졌기 때문이지만 농번기를 앞두고 기분 전환으로 1년에 한 두 번쯤 좋은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농촌의 관광「붐」에 대해 우선 그것을 부화 경박한 풍조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약간 경계하는 기색이다.
『좀 잘살게 되었다고 관광여행이라니 싹수가 없다』는 투의 비아냥거림이 간간이 들려온다는 것이다.
기껏 해봤자 기천원, 기만원에 그치는 농촌사람들의 단체관광이 그처럼 못마땅한 지 인심이 야속하다고도 했다.
옛날 같으면 추수한 다음에 떡하고 술 빚어서 푸짐한 농촌인심을 베풀고 농악놀이로 흥을 돋구고 한번 신나게 놀아 보았던 것이 아닌가.
지등 마을의 황용택씨(47)도 과거엔 농악놀이가 자주 있었지만 요즘은 자취조차 없어졌다고 아쉬워한다.
생활은 향상되었지만 놀이문화는 오히려 뒷걸음질친 경향이다.
그 농촌놀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관광이 환영을 받게된 것도 같다.
5, 6년 전까지만 해도 도박과 음주가 농촌사람들의 휴식과 오락을 대표한 때도 있었다. 조그만 마을에도 술집이 몇 군데나 생겨나고, 농한기엔 밤새껏 노름판이 곳곳에 벌어졌다.
그러나 이제 지등 마을엔 술집이 없으며 본격적인 도박판도 사라졌다. 단지 저녁에 마을회관에 놀러 나온 몇 사람이 심심풀이로 술내기 화투를 하는 게 고작이다.
학하리 2구 마을에도 과거 술집이 6개나 되었으나 이제는 한군데만 남아 있을 뿐이며 도박하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농촌사회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면 단위 마을에서도 다방영업이 꽤 잘 된다. 전남 곡성군 석곡면 석곡리 마을엔 다방이 2개·다과점이 한군데가 있다.
충북 청원군 면소재지 마을에도 다방이 한군데 자리잡아 농촌손님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이 두 마을은 모두 포장도 안된 도로변에 면한 한적한 곳이었지만 손님이 끊어지지 않았다.
농촌사람들은 일에 지친 몸을 쉬고 즐길 오락을 찾아 도시에 드나드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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