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행정부는 허약하다"|서구 각국, 미국의 영도력에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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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과 언론계에서 요즘 서방세계의 지도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높아 가고 있다.
이 같은 불신감은 특히 대서양 동맹을 전통적으로 지지해 온 중도파와 우파 정치인들에 의해 「카터」미대통령의 대소 외교 정책 방향에 쏠리고 있다.
「헤럴드·트리뷴」지는 한 「프랑스」관리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 보도했다.
『요즘 상황은 지난 62년 「쿠바」사태의 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때 소련은 「케네디」 미대통령을 만만한 상대로 알고 덤비다가 예상 이상으로 강경하다는 사실을 체험했는데 이번에는 「카터」가 강경한 상대인 줄 알고 대하다가 정반대로 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유럽」에서는 「카터」행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신문은 또 「카터」외교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무정견하기 때문에 「슈미트」서독 수상과 「지스카르」「프랑스」대통령의 관계를 접근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카터」가 중성자탄 제조를 중단시킨 조치는 서독의 중도파와 우파 정치인들을 분노케 했으며 「에너지」와 핵정책 등 사사건건 「카터」의 정책은 「유럽」지도자들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돼 왔을 뿐 아니라 일관성이 없고 심지어 서 「유럽」의 안정을 위협할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국가들 중 영국만은 아직 「카터」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불신감의 농도는 마찬가지.
EEC 9개국 지도자들은 지난 주말 「코펜하겐」에서 회담을 갖고 오는 7월 「본」에서 열릴 선진 공업국 정상회담에 대한 EEC의 공동 전선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의 지배적 분위기는 미국이 세계 경제 회복에 주도적 역할을 기피하고 있는데 대한 EEC의 반발이었다.
극비리에 7시간 동안 계속된 이 회담의 구체적 합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EEC국가들이 적극적인 경기 회복책을 못쓰게 하는 원인이 통화의 불안정 상태이며 이 상태의 주범은 미국이 석유 수입 정책으로 자초한 「달러」화의 불안정 상태라는 점이 강조되고 그러한 전제 아래 EEC는 「달러」화에의 의존을 최소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통화 체제를 창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과 같은 미국·서「유럽」의 알력은 세계 경제의 전망을 좌우하게 될 7월의 「본」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표면화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끈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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