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도청 부인 공식 서한 전달|한국 정부에 스나이더 특명 전권 대사 이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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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정부는 「월리엄·포터」 전 주한 미대사의 발언으로 야기된 청와대 도청 사건에 대해 특명 전권 대사의 서한으로 도청설을 부인하는 공식 서한을 정부에 보내 왔다. 홍일 외무부 대변인은 17일 「스나이더」 주한 미 대사가 본국 정부의 훈령에 따라 지난 6일 도청설을 공식으로 부인하는 미 정부의 입장을 먼저 구두로 해명했으며, 14일에는 서면으로 재차 이러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박동진 외무장관에게 알려 왔다고 발표했다.
홍 대변인은 「스나이더」대사가 서한에서 미국 기관이 청와대를 도청한 일이 없었음을 거듭 해명하고 전직 미국 공직자의 발언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누를 끼친 데 대해 미국무장관의 훈령에 따라 또한 미대통령의 사절 자격으로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동진 외무장관은 「스나이더」대사의 해명 서한이 도청설 자체를 없애 주지는 못하지만 「포터」발언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는 일단 정리해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나이더」대사의 서한은 14일 「스턴」주한 미 공사가 이민용 외무부 정무 차관보에게 전달했으며 서한의 공개 여부를 놓고 양측 사이에도 협의가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 발표 전문>
지난 4월 3일 미국CBS-TV 「인터뷰」에서 「포터」 전 주한 미대사가 행한 소위 「도청」 발언에 대해 정부는 만일 청와대 도청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대한 주권 침해 행위이므로 미국 정부에 대해 엄중 항의하는 한편 「포터」 전 대사의 문제 발언에 관해 우리 국민이 납득 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해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스나이더」주한 미대사는 본국 정부의 훈령에 따라 4월 6일 전기 도청설을 공식으로 부인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먼저 구두로 해명했으며, 4월 14일에는 서면으로 재차 이러한 미국 정부 입장을 외무부 장관에게 알려 왔다.
「스나이더」 대사는 동 서한에서 미국 기관이 청와대를 도청한 일이 없었음을 거듭 해명하면서 전직 미국 공직자의 발언으로 인하여 대한민국 정부에 누를 끼친 데 대해 미국무장관의 훈령에 따라, 또한 미 대통령의 사절 자격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해설>도청 여부의 「의문」은 그대로 스나이더 서한 해명 미흡하지만 진화제 역할
도청설을 부인 해명한 「스나이더」대사의 서한은 일국의 특명 전권 대사가 자국의 입장을 외교 문서로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일단 진화제는 된 셈이다. 외무부 당국자는 지난 76년 처음으로 미언론이 도청설을 보도한 후 양국간에 심각한 외교 공방을 치러 우리가 미 고위 관리(하비브 국무차관)의 발언을 인용해 비공식 해명으로 간주했던 전례에 비해 외교 문서로 공식화한 조치는 진일보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서한의 내용이 지금까지 미측이 시종일관 구두로 해명한 것과 다를 바 없고 양국의 여론만을 의식한 해명 형식에만 치중해 도청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본질에 대한 의문점은 가셔지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포터」전대사의 발언은 그가 책임 있는 전직 외교관이었다는 점에서 미측의 도청 혐의는 주권 침해와 관련된 명백한 정치적 「이슈」임에도 불구, 이 문제를 처리하는 양측의 기본 입장은 행정적 절차를 더 중시한 인상이다.
일국이 타국의 주권을 침해한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국제법적 절차는 ①해명 ②사과 ③재발 방지를 위한 확약 ④원상 회복의 순서를 밟는다. 미측이 원천적으로 도청이 없었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스나이더」 대사의 서한은 1단계 해명 + 「유감」 표시로만 돼 있어 ③④단계까지엔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의 중요도에 비해 타결 방식이 미흡한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서한으로 일단락 될 수 있는 것은 박동선 사건으로 인한 양국 관계의 조속 회복이 우선 순위에서 그 위를 차지한다는 점과 한국측이 도청을 입증할 만한 독자적 증거 확보 능력이 없다는데 기인한다는 풀이도 있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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