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닝 퍼펙트 … 완벽했어, 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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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류현진이 8회 퍼펙트 게임이 깨진 이후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4만5000여 홈 팬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위 사진은 류현진이 신시내티를 상대로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던 7회 TV 중계화면의 스코어보드. [로스앤젤레스 USA투데이=뉴스1]

6회 말부터 류현진(27·LA 다저스)은 혼자였다. 그가 벤치에 앉아 있을 때 곁엔 아무도 없었다. 대기록을 앞둔 투수에겐 말을 걸지 않는 게 메이저리그의 관례다. 늘 유쾌한 류현진도 긴장했다.

 류현진은 7회 초도 삼자 범퇴로 막았다. 130년 넘는 빅리그에서도 통산 23번밖에 기록되지 않은 퍼펙트게임(9회까지 한 차례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피칭)까지 아웃카운트 6개만 남았다. 7회 말 다저스 공격 때 류현진의 통역원 마틴 김도 1m 이상 떨어진 채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다저스타디움을 찾아 류현진을 응원한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 둘은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다. [LA=뉴스1]

 류현진은 8회 초 신시내티 4번타자 토트 프레이저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2루타를 맞았다. 퍼펙트게임과 노히트노런이 동시에 깨졌다. 27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4만5505명의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류현진을 격려했다. 예술에 가까운 피칭을 보여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류현진은 라이언 루드윅에게 좌전안타, 크리스 헤이시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완봉승도 날아갔다. 류현진은 1사 1·2루에서 브라이언 윌슨과 교체됐다. 윌슨이 2루타를 허용해 류현진이 내보낸 주자가 모두 득점, 최종 기록은 7과3분의 1이닝 3피안타·3실점이 됐다. 평균자책점은 3.10으로 되레 높아졌다.

 피칭은 완벽했다. 그러나 휴식이 완벽하지 못했다. 다저스가 4-0이던 7회 말 3점을 뽑는 동안 27분이나 흘렀다. 류현진도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해 득점도 했다. 스코어가 4-0으로 벌어지자 다저스 선수들은 평소처럼 장난치기 시작했다. 류현진도 같이 웃었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린 채 류현진은 30분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초구 바깥쪽 볼을 던질 때부터 피칭 밸런스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결국 프레이저가 딱 치기 좋은, 가운데 약간 높은 코스의 체인지업을 던지다 안타를 맞았다.

 류현진은 최고 95마일(153㎞)의 빠른 공을 낮은 코스로 송곳처럼 찔렀다. 유리한 볼카운트 땐 일부러 높은 공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할 만큼 구위가 좋았다. 너무나 완벽했기에 8회 초 작은 틈이 더 아쉬웠다. 그나마 마무리 켄리 젠슨이 4-3 승리를 지켜 류현진은 시즌 5승(2패)째를 거뒀다.

 류현진은 “야구 하면서 7회까지 이렇게 완벽하게 던진 건 처음인 것 같다. 마음속으로 (퍼펙트게임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운이 좀 없었다”며 “8회 안타를 맞았을 때 말고 7회가 끝났을 때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줬는데 너무 짜릿했다. 그러나 대기록은 아무 때나 나오는 게 아니란 생각을 했다”며 후련한 듯 웃었다.

 전날 조시 베켓이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하자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에게 “넌 퍼펙트게임을 해봐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은 우리에게 필요한 바로 그 선수(The guy)다. 7회 말 리듬이 깨진 것 같아 아쉽지만 호투가 헛되지 않게 승리를 챙겨 다행이다. 이것이 야구의 진수”라고 극찬했다.

봉화식 LA중앙일보 기자,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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