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 불허의 3월 경제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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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기획원은 3월중에 주요 경제 지표가 정상화해 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통화량 증가율이 35.6%로 둔화했고, 물가 상승율도 1∼2월보다 떨어지고 있으며, 수출 신장율은 호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예고지표는 l.8에서 1.9로 상향하고 있어 비교적 낙관적인 경제 동향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매월의 경기 지표야 어떠하든, 이 싯점에서 경제의 본질적인 흐름에 대한 대국적인 판단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적해야만 할 것 같다.
우선 소비자 물가 상승율이 3월중에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과 3월까지에 이미 6.4%나 올랐다는 사실이 어찌 같은 차원의 것이겠는가.
물가를 동결한 상태에서조차 월간 1.3%가 올랐다는 사실은 결코 물가가 안정돼 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더우기 운수 계통이나 대졸 초임의 파격적인 임금 인상이 파생시킬 물가 압력을 비롯해서, 도저히 장기화할 수 없는 가격 동결의 해제 문제, 그리고 공공요금 인상 등의 요소가 물가에 반영되어야 할 전망을 고려한다면, 물가 문제는 계속 경계해야 할 최대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통화량 문제도 물가 문제와 마찬가지다. 3월중의 조세 수입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통화량 감소가 결코 추세상의 통화 증가를 억제하는 요소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한계점에 이르도록 내수산업에 대한 금융 억제가 지속됨으로써 그것이 해제되어야 할 상황이 곧 전개되리라는 공산이 크다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될 경우의 반사적인 통화량 팽창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당연히 예상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가와 통화량의 지속적인 안정 여부가 크게 염려된다는 구체적인 증표로서는 근자 기업의 사채 의존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자율도 계속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물가의 행정적인 억제와 내수 부문의 금융 억제는 필연적으로 내수용 투자 부문을 극도로 억제함으로써 주택 투자 부문을 제외하면 내수 공급 능력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반면 자금 융통 때문에 업계는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수출에 쏠릴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 신장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더우기 신용장 내도액 증가율은 17.2%에 불과, 물량 기준으로 본 수출 신장율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물론 연불 수출폭의 확대를 고려는 해야 하나, 국내 금융의 애로를 탈피하는 수단으로 그것이 이용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는 한, 연불수출 폭의 증대가 곧 신용장 내도분의 저조상을 모두 보상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3월말 현재 수입 인증 실적 증가율이 무려 50.9%나 된다는 사실도 수출 신용장 증가율 17.2%와 대비해서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수입 자유화 폭의 확대 때문이 아니라, 국내 물가의 상승에 따른 수입 촉진 효과 때문임을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일은 세계 경제가 하반기부터 더욱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문 기관의 전망이다. 무역의존도가 80%수준에 있는 우리로서 세계 경제의 구체적인 침체화와 그에 따른 가일층의 보호주의화가 우리의 국내 정책을 근본적으로 교란시킬 것임을 언제나 배려해야 한다. 올해 들어 수출 신용장의 신장율이 저조한 이유가 세계 경제의 침체 경향을 예고하는 것인지, 미리서부터 세심한 점검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다.
업계는 무모한 투자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며, 정책은 세계 경기의 침체화에 대응하는 대안을 준비해 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언제나 여유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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