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소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는 배달소년.
비록 신문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어도 우리 없이는 아무도 신문을 받아보지 못한다는 자부가 있다. 비록 가난은 해도 마음만은 조금도 가난하지는 않다. 우리는 향학열에 불타고, 그리고 꿈과 희망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도 외롭지 않다.
발명왕 「에디슨」도, 철강왕 「카네기」도, 문호 「마크·트웨인」도 모두 신문배달소년이었다. 그들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우리의 큰 뜻을 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괴로움을 이기며 신문을 나른다. 병든 어머니의 약값, 동생의 학비, 혹은 또 꼬마동생의 소풍비용, 단 하루도 근심이 떠날 날은 없다.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이집에서 저집으로 뛰어다니며 신문을 나른다.
그것은 오늘도 신문을 나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작은 힘으로나마 우리 집의 기둥이 되고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떳떳하게 자랑스럽게.
그것은 또 오늘의 가장 새로운 소식을, 가장 정확하고 공정한「뉴스」해설을, 가장 자세한 안내정보를 가장 빠르게 모든 가정에 날라준다는 긍지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우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신문을 나른다.
매일같이 우리가 2시간 넘어씩 걷는 거리를 다 합치면 혹은 3년이면 3천리강산을 한바퀴 돌고도 남을 것이다.
땀이라도 씻고 가라는 아주머니의 너그러운 표정, 모멸에 찬 여대생의 눈총, 퉁명스러운 가정부의 입총, 또는 험상스러운 개의 으르렁거림….
우리의 가는 길목에 수난도 많지만 우리는 조금도 굽히지 않는다.
가슴을 펴고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그리고 우리는 달린다. 한시라도 빨리 신문을 나르려고 우리는 숨차게 달린다.
신문의 생명은 신속함에 있다. 그래서만 우리가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은 아니다.
신문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자는 아니다. 오늘의 생활을 보다 풍요하게 만들고, 시야를 넓혀주고, 내일에의 꿈을 키워주고, 그리고 양식과 지혜의 길잡이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좋은 신문이란 이런 것이다.
이런 신문이 우리의 발길을 가볍게 해주는 힘을 넣어주는 것이다.
매일같이 보다 알차고, 참되고 빠른 신문을 날랐으면 하는 염원을 안고 오늘도 우리는 달리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