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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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일은 서른세 번째 맞는 식목일.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2백90만명이 삽과 괭이를 메고 산에 올라 3천7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한다.
심은 나무가 한 그루도 잘못됨이 없이 푸르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중의 몇 그루가 제대로 자라서 올바른 나무 구실을 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지워버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돌이켜 보건대 1946년4월5일 서울 사직공원에서 제1회 식목일 행사를 가진 이래 이미 32년이 지났다.
적어도 한 세대를 넘기면서 꾸준히 나무를 심어 왔다는 얘기가 된다.
그동안 심은 나무를 모두 합하면 어림잡아 1백억 그루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백억 그루라면 1정보에 1천 그루를 심는다 해도 남한 전체면적 9백95만 정보를 모두 나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산은 아직 헐벗은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나무가 자란다해도 그 절반은 꼬부라진 소나무 등 쓸모 없는 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당국 집계에 마르면 산지면적 6백64만 정보 중 벌거숭이산이 1할이 넘는 20만 정보이며 입목지 중 수직갱신이 필요한 곳이 2백71만 정보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까지의 산림연화운동이 이처럼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근본원인은 국민의 조림에 대한 무관심과 나무를 심는 일이 정부주도의 형식적 행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소율을 올리기 위해 몇 그루의 나무를 심었느냐 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심은 나무를 가꾸고 키우는데는 너무 무관심했다.
새로 심어진 어린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 일말의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도 이같은 문젯점을 인식, 지난해에는 육림의 날을 새로 제정하는 등 심은 나무를 제대로 가꾸는 데는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성과가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일에 어느 정도 지속적 관심과 성의를 기울일 것인지는 의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차제에 정부가 산림정책의 기본자세를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환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자 한다.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개인의 건실한 노력을 통해 산림자원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인력과 자재의 낭비를 막고 짧은 시간 안에 목적을 달성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림가에 대한 재정·금융상의 지원을 늘리고 분수제의 문호를 더욱 넓게 열어 조림에 뜻이 있는 사람이면 안심하고 나무를 심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또 이제까지 「보호·금지」에 치우쳤던 산림행정의 체질을 조림 조장정책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고 키우는 일은 민간에게 맡기고 경부는 뒤떨어진 조림·식재 기술의 연구보급, 신품시의 개발 등에 힘을 기울인다면 우리도 멀지않아 산림국의 대열에 낄 수 있게될 것이다.
또 우리는 국토의 70%가 산지인 만큼 목재뿐 아니라 식량까지도 얻을 수 있는 유실수의 재배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산지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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